'토종의 자존심은 내가 지킨다.' 2000∼2001 애니콜 프로농구가 개막한 이래 각종 기록은 외국인 선수 잔치다. 8일 현재 득점， 리바운드는 물론이고 원래 토종들의 강세 종목인 3점슛과 어시스트 1위도 모두 용병이다. 이런 와중에 유일하게 국내 선수가 톱에 올라있는 부분이 바로 가로채기. 현대 이상민이 맨 앞에 나서 있다. 이상민은 8일 현재 3경기에서 가로채기 10개를 성공시켜 신세기의 조동현과 삼보의 존 와센버그를 제치고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상민은 100m기록이 13초로 빠른 편은 아니지만 상대의 틈을 놓치지 않는 동물적인 감각과 볼에 대한 집중력으로 경기당 3.33개를 가로챘다. 프로 입단 후 3시즌 연속 가로채기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이미 '훔치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사실 포인트가드 이상민의 주무대는 어시스트. 트리플 더블을 한 차례씩 기록한 삼보 와센버그가 8개， SBS 리온 데릭스가 7.5개의 도움을 기록해 7.33개의 이상민은 기아 강동희와 함께 3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명콤비 조니 맥도웰이 다음 주중 합류， 이상민의 송곳 패스를 쏙쏙 득점으로 연결시킨다면 이상민의 어시스트 1위 탈환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은 팀이 7위로 처져 있는 상황에서 명가의 자존심과 토종의 자존심을 두 어깨에 짊어진 채 코트에 나서고 있다. 〈김지원 기자 edd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