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은 신나는 해였다. 시즌 최다승(91)을 올린 것은 올해지만， 레이스는 98년이 더 완벽했다. 초반부터 확실하게 독주했다. 4연패가 없었다. 3연패도 두번뿐이었다. 5명의 선발투수가 모조리 10승을 돌파했다. 4번타자 쿨바의 존재는 무시무시했다. 5월에 일찌감치 5연패를 겪어냈고， 시즌내내 마땅한 4번을 찾아내지 못했으며， 선발은 삼각축에 그쳤던 올해는 김재박 감독의 말을 빌면 "운이 좋은 시즌"이다. 그러나 98년의 준비된 최강 시즌보다 두둑하게 운이 따라준 올해에 오히려 승수， 승률， 2위와의 게임차에서 한발짝 더 나아갔다. 그래서 김감독은 "감독 자리를 알만하다"고 큰소리쳤던 2년전과 달리 올해는 "감독이 가장 어렵다"는 말을 남긴다. 선수→코치→감독을 차례로 겪었지만， 코치때가 가장 맘이 편했다. 선수가 더 힘들었고， 감독은 온통 힘든 일 뿐이다. 스타출신이어서 선수시절을 쉽게 여긴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아마야구의 최고 스타였고 프로 초창기의 톱스타였지만 선수 김재박의 성장과정은 '장미꽃밭'과 거리가 멀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인 91년에 야구를 시작한 이후 한참동안 김재박은 칭찬보다 구박을 많이 받았다. 키도 아니고， 몸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발도 아니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걸음이 느렸습니다. 지금이야 믿는 사람이 없겠지만…. 내리막길을 온종일 달렸습니다. 뛰어내려오고 다시 올라갔다가 또 뛰어내려오고. 거짓말같지만 그 훈련을 반복하면서 정말 발이 빨라졌습니다." 원하던 고등학교， 대학교에선 받아주지 않았다. 서울과 대구로 밀려다니며 대광고와 영남대를 다녔다. 〈이승민 기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