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30·주니치)은 요새 입을 꾹 다물고 산다. 자신의 역수입 문제로 한국이 떠들썩하고， 그로 인해 주니치의 분위기 또한 술렁대고 있지만 중간에 낀 그로서는 딱히 할말이 없어서다. 프로바닥에서 인정을 받다 보면 "오라， 가라" 말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한데 이번 이종범의 경우는 모양새가 좀 다르다. 가고 싶으면 가고 말고 싶으면 말 일이지만 한국에서 손짓하고 있는 구단들과는 무자르듯 매몰차게 대할 수 없는 진한 인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쪽에서는 '사부'나 다름없는 김응용 감독이 부르고， 저쪽에서는 고향의 선후배들이 손짓을 한다. 거기에도 팬들도 온통 기대에 찬 눈으로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 뒤에는 '한국야구의 부흥'이라는 거창한 타이틀까지 걸려 있다. 한국프로야구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적임자로 은연중에 이종범이 낙점된 것이다. 이같은 한국쪽의 분위기를 지켜보던 주니치도 마침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토 구단대표(67)는 6일 구단사무실에 기자들을 모아놓고 "내년에도 주니치에서 뛰겠다는 이종범의 의사를 이미 확인했다"면서 "이종범은 변함없는 우리의 전력"이라고 못박았다. 그리고는 한국 특파원들에게 9일 구단사무실에서 좀 보자고 했다. 이종범의 거취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자는 것이리라. 결국 열쇠는 이종범의 손안에 있다. 한데 그 결정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옛정을 생각해 훌쩍 떠나려 해도 일본생활 3년 동안 이렇다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오기를 돋우고， 남자니 한국쪽으로 얼굴을 돌리기가 송구스럽다. 어쨌든 이종범은 이달 20일 가족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들어가 한 20일 정도 지내다 올 계획이다. 지지든 볶든 이 기간 동안 무슨 결론이 나도 날 것 같다. 〈나고야=kkac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