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워도 이만하면 웃고 돌아설 수 있다. 초반 3연패의 부담을 결국 넘지 못하고 3승4패로 우승컵을 현대에 내줬지만 두산으로서도 여한없는 한시즌이었다. 3연패 뒤 맥없이 무너질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곰 특유의 뒷심으로 3연승， 역대 한국시리즈 가운데 몇손가락안에 들 명승부를 연출한데서 위안을 찾는다. 플레이오프에서 LG와 피말리는 접전을 치르고 올라온데다 주포 김동주마저 빼놓고 맞닥뜨린 '역대 최다승팀' 현대는 두산에게 애당초 버거운 상대였는지 모른다. 비록 5년만의 정상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두산은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에서 마운드의 두기둥 조계현과 박명환의 성공적인 재기를 확인한 것이 큰 소득이다. 또 포스트시즌에서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던 '서울라이벌' LG를 플레이오프에서 잠재운 것도 기분좋은 기억. 팀내 최다승 투수가 11승(이광우)일 정도로 빈약한 선발 마운드를 질과 양에서 최강인 중간계투진으로 막아내고 2년 연속 구원왕 진필중이 뒤를 받쳐 일궈낸 정규리그 전체 2위(76승57패)가 값졌다. 또 공격에서는 최고의 '패키치 히트상품'인 '우-동-수 트리오'가 99홈런， 308타점을 합작하며 최강 중심타선을 이끌었고， 2년 연속 팀타율 1위(2할8푼9리)의 불망이는 확실한 팀컬러로 정착됐다. 내년 3번째 임기를 맞는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도 빛났다. 정규시즌서는 효과적인 계투작전으로 취약한 선발진을 커버했고， 포스트시즌 들어 조계현-구자운-진필중-파머로 판을 새로 짜 어느 팀 못지 않은 위용으로 변모시킨 것은 '투수 전문가' 김감독만의 능력이었다. 〈수원＝박진형 기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