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3차전을 이겨야 했고， 현대는 6차전서 끝내야 했다. 한경기씩 '남의 게임'을 나눠가지면서 2000한국시리즈가 마지막 7차전까지 갔다. 91승의 페넌트레이스 무적 현대는 마운드의 힘을 과시하는데 성공했지만， 타선의 무기력이 지긋지긋하게 발목을 잡았다. 뚝심과 힘에서 상대를 압도한 두산은 세기와 탄탄한 조직력에서 열세를 인정해야 한다. 6차전까지 드러난 한국시리즈 맞수 현대와 두산의 전력을 훑어본다. ▲마운드는 질과 양의 싸움 선발 3인방과 홀드왕 조웅천， 마무리 위재영까지 딱 5장의 주력 카드로 현대 마운드는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포스트시즌 7게임을 완승하면서 최강의 이름값을 했다. 이후의 3연패는 타선이 쳐줘야 할 차례에 나서지 못한 탓이 훨씬 크다. 그러나 '빅5'의 존재는 현대의 강점인 동시에 함정. 다닥다닥 7게임을 붙여치르는 '가을축제'에서 마운드의 성패는 체력관리에서 갈린다. 뜻밖에 승부가 길어지면서 현대가 힘에 부치는 이유는 5명， 특히 조웅천에 대한 기형적 의존도 때문. 이점에서 '두산킬러' 박장희의 공백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에이스 카드의 숫자는 뒤지지만 두산은 10명의 투수 엔트리가 이기는 경기에 순발력있게 이어던질수 있는 '기동대'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두산 마운드가 버티는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는 '여럿은 하나보다 강하다'는 단순한 진리일지도 모른다. ▲타선은 중심보다 측면공격 현대는 3게임을 '짜게' 이겼고， 두산은 3게임을 '짜릿하게' 이겼다. 타선에 대한 기대치를 현대는 전혀 채우지 못했고， 두산은 그럭저럭 맞춰가고 있기 때문. 홈런(박경완)-타점(박재홍)-타격(박종호)의 3대 타격 타이틀을 싹쓸이한 현대지만 세 타이틀홀더는 자신의 장기 부문에서 전혀 제몫을 하지 못했다. 김동주의 공백이 부담스럽고 우즈와 심정수의 '널뛰기'가 심하지만， 두산은 대충 팀타율 1위팀의 꾸준한 방망이질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민호-정수근의 머릿타순이 펄펄하게 살았고， 큰경기서 꼭 필요한 홍원기의 '러키포'가 있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의 특징은 중심의 한방보다는 상하위 타선의 탄력에서 승부가 갈리고 있다는 점. 양팀 마운드의 선전 탓인지 공격은 정면 힘대결보다 '국지전'이 중요했다. ▲근성에선 두산 역시 '은근과 끈기의 반달곰'이다. 고비마다 병살타를 쏟아내고， 무수한 잔루를 남기는 등 두산은 정규시즌때와 마찬가지로 공격의 효율이 떨어지는 편이다. 시리즈 초반 어설픈 실책도 이어져 맞수 현대와의 '실력차'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막판에 몰려 지치지않고 일어나는 힘에서 과연 두산만한 장사팀이 없다. 반면 현대는 두터운 투타 전력과 초반 7연승 무드에도 상대를 KO시킬 마무리 '기세'를 뽐내지 못했다. 5차전 이후는 뚜렷하게 심리전에서 밀리는 인상이다. 〈수원＝이승민 기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