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공이 수박만 해'
기사입력 2000-11-07 11:30
이렇게까지 잘해줄 지 몰랐다.
시드니올림픽 대표선발 당시 다쳤던 오른쪽 중지때문에 가장 자신있던 수비뿐 아니라 방망이를 휘두르는 데도 무리가 있어 걱정스럽던 '가을잔치'. 그러나 LG와의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더욱 물이 오른 두산 김민호(31)가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당당한 영웅이 됐다.
한국시리즈 시작 전까지만 해도 타격훈련을 할 때 공이 배트에 빗맞으면 손가락이 울렸다. 고통은 심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아픔이 가라앉을 때까지 묵묵히 기도하는 자세로 앉아있던 모습이 종종 보였다. 타격훈련도 부담스럽던 김민호.
그러나 플레이오프 5경기서 4할2푼9리(14타수 6안타)를 때리더니 한국시리즈 2차전부터는 타격에서 부진했던 정수근을 제치고 톱타자 자리를 넘겨 받았다. 한국시리즈 6경기서 3할8푼1리(21타수 8안타). 부지런히 출루하고，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득점찬스를 만들었다.
지난 95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MVP로 선정 될만큼 '큰 판'에 강한 것도 믿음직스럽다. 7경기서 3할8푼7리(31타수 12안타)의 '고감도' 방망이에 도루는 6개.
손가락 움직임도 많이 자연스러워져 글러브에 공이 들어오는 순간 잽싸게 잡아채 송구하는 능력도 좋아졌다.
이제 남은 한 경기. 온 몸에 피로는 가득하지만 휘두르는 대로 뻗어나가는 공과 그 모습을 지켜보며 함성으로 응원하는 팬들을 보며 마지막 경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 배트를 휘두르고 몸을 던져 수비할 채비를 한다.
〈수원＝이수연 기자 pr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