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 일은 너무도 어렵다.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로 포스트시즌 8연승， 우승을 코앞에 뒀던 현대가 뜻밖에 상대에게 원-투 스트레이트 펀치를 허용한 데는 '황금의 유혹'이 단단히 액물 노릇을 했다. 한걸음에 3승을 채웠을때 현대 선수단은 일찌감치 MVP를 논했다. 충분히 그럴만 했다. 마운드는 일등공신 조웅천에게 번쩍번쩍 스포트라이트가 쏠렸지만， 두드러진 스타가 없는 타선은 누구든 마지막 히어로를 꿈꿀수 있었다.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현대는 딱히 상대 마운드를 시원하게 두들기지 못했지만， 찬스마다 착실한 희생플라이와 진루타 등 팀배팅을 엮어 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마지막 '유혹의 관문'은 씩씩하게 통과하기 힘들었다. 딱 4차전부터 현대 타선이 소리없이 달라졌다. 한방의 끈덕진 추파를 떨쳐내지 못했고， 너나없이 스윙들이 커졌다. 팀 삼진수만 늘어났고， 좀체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내지 못했다. 위기마다 으뜸 담력을 보여줬던 조웅천이 5차전 위기상황서 끝내 두산 타선과의 심리전에서 밀린 것도 시리즈 MVP의 중압감이 작용했다는 평. 2연패의 충격이 약이 될수 있을까. 4차전보다는 5차전서 타자들의 '하늘보기 스윙'은 한결 정도가 덜했다. 한국시리즈 MVP는 상금 1000만원짜리 '노다지'. 133경기 땀의 결과인 정규시즌 MVP와 똑같은 크기의 부상이다. 그만큼 큰무대， 큰승부욕에 대한 칭찬， 그래서 더욱 쉽게 얻을수 없는 행운이다. 〈이승민 기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