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두산의 한국시리즈는 '타이틀홀더 시리즈'다. 프로야구 공식 14개 개인타이틀 가운데 현대와 두산이 무려 9개 부문을 싹쓸이하며 총 11명의 타이틀홀더를 배출했다. 그러면 각 부문 타이틀홀더들은 한국시리즈에서 '전공'을 제대로 살리고 있을까. 우선 현대의 '다승왕 트로이카' 정민태-임선동-김수경은 이름값을 다 했다. 2일 3차전에서 정민태가 마지막으로 5⅔이닝을 던져 승리투수가 됨으로써 1∼3차전에서 골고루 선발승을 나눠가졌으니 있을 자리에서 제몫들을 다 한 셈이다. 초대 홀드왕 현대 조웅천도 3게임에서 6⅔이닝 동안 무실점 행진을 하며 1차전 세이브에 이어 2，3차전 홀드를 기록해 목에 힘을 줬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7개 부문 타이틀홀더는 간판이 무색하다. 더러 '교양과목'에서 점수를 만회하는 축도 있지만 '전공필수' 과목은 하나같이 D 아니면 F다. 현대의 타격왕 박종호는 3게임 타율이 듣기에도 민망한 1할4푼3리(7타수 1안타). 그래도 4사구 5개와 상대실책 1개를 업고 부지런히 출루한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붕어빵엔 붕어가 없다'더니 홈런왕 박경완에겐 홈런이 없다. 홈런 2，3위인 우즈와 퀸란이 한방씩을 터뜨린게 자존심을 더 건드린다. 타점왕 박재홍도 안타만 3개 있을 뿐 아직 주자를 한번도 불러들이지 못했다. 탈삼진왕 임선동이 2차전서 6이닝동안 삼진을 딱 1개 뺏아냈고， 도루왕 정수근이 도루 1개， 공동 최다안타왕 장원진이 단 2안타 뿐인 것도 쑥스러운 일. 그보다 한술 더 뜨는 쪽은 2년 연속 구원왕을 차지한 두산 진필중. 아예 전공까지 바꿔 3일 3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실책에 치여 패전의 멍에만 쓰고 말았다. 〈박진형 기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