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기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또다른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둔 지난달 26일 훈련을 위해 수원구장으로 가던 길에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던 현대 이숭용(29). 그는 분명 '가을잔치'의 주인공이다. 사고 이튿날 거뜬히 훈련에 참가했고， 한국시리즈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주전 1루수다. 하늘이 돕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투혼이다. 현대만이 아니라 두산선수들이 이숭용을 '통합 MVP'로 치켜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이런 이숭용이 현대의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시리즈 최대 화제거리로 꼽힐만 하다. 그라운드에 서는 것 조차 힘들 것이라던 이숭용은 5번타자로 출전한 1차전에서 3타수 1안타 1득점， 7번으로 나선 2차전에선 2타수 1안타. 2경기에서 타율 4할을 기록하고 있다. 한때 이숭용을 미덥지 않게 여겼던 김재박 감독도 이젠 이숭용이 빠진 선발 라인업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당초 한국시리즈 주전 1루수는 친정팀 두산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인 이명수가 유력했었다. 그러나 김감독은 과감히 이숭용을 앞에 내세웠다. 정밀진단 한번 받지 않은 이숭용을 주전으로 선택한 김감독의 결정은 보기에 따라 '도박'으로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김감독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다. 큰 사고를 당하고도 엄살 한번 부리지 않고 훈련에 참가하는 성실한 마음가짐에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고， 짧게 끊어치는 타격에 눈을 뜬 방망이에 확신을 가졌던 것이다. 이숭용이 한국시리즈가 끝난뒤 '쫑파티'에 참석할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한국시리즈가 폐막되는 순간까지 그는 그라운드를 지킬 것이 확실하다. 〈권정식 기자 jskw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