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라운드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포스트시즌 10경기 연속출전을 기록중인 좌완 릴리프 이혜천(21). 지난해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3，4차전과 올해 LG와의 플레이오프 6경기，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1，2차전에 모두 출전했다. 특히 좌타라인이 강세를 보이는 LG전 활약이 뛰어났다. 1차전에서는 홀드， 2，5차전에서 각각 승리를 올리며 한시즌 플레이오프 최다승 타이(2승)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타자 혹은 두타자를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오지만 볼스피드가 워낙 빨라 위기상황에서 등판해 몸쪽으로 공을 찔러대면 왼손타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최근 투구폼을 바꾸면서 고질적 문제였던 제구력 난조도 말끔히 해소됐다. '스리쿼터(3/4)' 형식으로 볼을 뿌리던 팔을 귀까지 끌어당겼다. 그만큼 팔이 위로 올라붙어 컨트롤은 좋아지고， 구속은 더 빨라졌다. 최고시속 150㎞. 1m80， 69㎏으로 운동선수치고는 깡마른 체구지만 "원래 살이 안찌는 체질이라 그렇지 이래뵈도 단단한 근육질"이라며 튼튼한 체력을 자부한다. 10경기 개근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 그러나 플레이오프나 한국시리즈같은 큰 경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력이다. 프로 데뷔 3년차라 긴장감에 시달릴만 하지만 승부욕이 강한데다 자신의 볼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 살얼음 승부에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최강 마무리 투수로 떠오른 박명환과 함께 중간에서 든든하게 막아주는 이혜천이 있기에 두산의 선발투수들은 '뒷일'을 걱정하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온다. 〈이수연 기자 pris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