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김용달 타격코치의 투정은 엉뚱하다. "우리팀 '투수님'들이 타자들을 너무 무시한다"고 넉살. 김시진 투수코치에게 "3，4점쯤은 주셔도 좋다"고 익살스럽게 주문한다. 선발 18승 트리오(정민태 김수경 임선동)와 홀드왕(조웅천)， 39세이브의 마무리(위재영)를 보유한 현대 마운드는 '가을축제'에 등장했던 사상 최고의 마운드다. 플레이오프 4경기와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딱 6점을 내줬다. 한경기 걸러 한번꼴로 3차례 완봉승했고， 차례차례 출격한 6명의 선발투수가 모조리 선발승을 챙겼다. 한번의 흔들림이 없는 철벽 마운드. 플레이오프 팀 방어율(1.00)은 역대 17차례 플레이오프를 치렀던 34팀 마운드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현대보다 잘던진 팀은 94년 우승팀 LG(1차전 1점，2차전 완봉) 뿐이다. 나란히 다승왕에 오른 선발 트리오의 자존심 경쟁은 최강 유니콘스 마운드가 긴장을 풀지 않는 좋은 자극제다. 포스트시즌을 출발할때의 컨디션은 정민태와 김수경， 임선동이 두루 썩 좋은 편이 못됐지만， 결과는 등판할때마다 베스트다. 불펜에 경험이 많고 구위가 꾸준한 조웅천이 있다는 점은 마운드의 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요소. 특히 파워피처형인 선발 투수들에 이어 변화구와 컨트롤 위주의 조웅천이 연달아 오르는 조합이 절묘하게 궁합이 맞는다. 마무리 변신 첫해에 훌륭하게 보직에 적응한 위재영은 앞선에서 너무 잘던져 마땅히 할일이 없는 게 되레 고민. 현대는 98년에도 공격적인 마운드로 예상보다 쉽게 우승했다. 2000년에는 예상대로 순탄하게 우승길로 가고 있다. 〈이승민 기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