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벌어진 것은 2차전 8회. 우전안타로 출루한 현대 4번 박재홍이 2루 도루에 성공한 이후다. 베이스에서 나갔다 들어왔다하며 움직이는 것은 정상적인 리드동작. 그러나 자꾸 팔꿈치를 만지작거린 주자의 불필요한 동작이 두산 벤치와 배터리의 신경을 건드렸다. 5번 박경완 타석때 두산 투수 박명환의 볼이 거푸 몸쪽으로 붙었다. 투수의 불편한 낌새를 알아챈 박경완이 포수 홍성흔에게 "왜 의심하느냐. 절대 그런일 없으니 제대로 던져라"라고 두차례 말했다. 그러나 박명환의 3구째는 머리쪽을 향해 정면으로 날았고， 위협구에 발끈한 박경완이 벌컥 마운드를 향해 몇발짝 뛰어나가 일순 험악한 상황이 연출됐다. 폭투가 된 위협구때 3루까지 간 주자 박재홍에게 연세대 선배인 두산 3루수 안경현이 "사인을 훔쳐봤냐"고 힐난했고， 박재홍은 "도루하면서 슬라이딩을 해 팔꿈치가 까져 만지작거렸을 뿐"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드러난 상황은 이뿐이다. 그러나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튀어버린 이상， 사건의 진실보다는 오히려 이후의 맞대응이 중요해졌다. 〈이승민 기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