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SK 나이츠 선수들이 농구에 무심해졌다. 개인 타이틀에 대한 욕심을 버린 '무심(無心) 플레이'로 팀워크가 찰흙처럼 끈끈해졌다. 최인선 감독이 "서로를 너무 믿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걱정할 정도다. 주장 서장훈(26ㆍ2m7)부터 '욕심없는 농구'를 선언했다. 98∼99시즌 토종 1호 리바운드왕, 지난 시즌 득점 2위에 정규리그－플레이오프 MVP를 휩쓸며 창단 첫 우승을 경험한 덕이다. 개인상보다 우승이 몇배 달콤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상따위에는 초연하게 됐다. 2년 연속 블록슛왕인 재키 존스(33ㆍ2m1)는 요즘 블록슛 개수를 챙기지 않는다. 한국에서 최대한 현역으로 뛴 뒤 플레잉코치로 남을 계획이다. 역시 한국에서 농구를 마감하려는 로데릭 하니발(28ㆍ1m94)과 스몰포워드 조상현(24ㆍ1m89)도 철저한 도우미 역할에 만족한다. 포인트가드 임재현(23ㆍ1m83)은 "신인왕은요…"라며 말끝을 흐린다.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뽑힌 지난해 12월, "드래프트는 (이)규섭이한테 졌지만 신인왕은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던 게 생각할수록 쑥스럽다. 입대한 황성인에게 빚을 갚는 방법은 따로 있다고 믿는다. 시범경기서 '트리플타워' 서장훈－존스－하니발은 평균 55.5득점 24.8리바운드를 합작했고, 조상현은 16.8득점, 임재현은 13.3득점 6.3어시스트의 고른 성적을 냈다. 끔찍이도 지기 싫어하는 이들이 왜 타이틀의 영예를 마다할까. 무관왕으로 2년 연속 우승이라는 더 큰 열매를 따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청주에는 '무심천(無心川)'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 . 〈김미연 기자 ibiz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