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운(運)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운은 운수(運數)의 준말로 '어떤 사람의 능력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의 일이 잘되거나 잘못되게 한다고 막연히 믿어지는 어떤 힘의 작용'이라고 야후국어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화투놀이에서 곧잘 쓰이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은 기술이 3이라면 운이 7이라는 것으로 실력(技)보다는 운을 강조한 것이다. 어쨌든 인생에서도 그렇고 스포츠에서도 운이란 있기 마련이다. 96년 8월 조선일보가 한국갤럽과 함께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15세 이상 남녀 6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애틀랜타올림픽 여론조사'에 따르면 '금메달과 은메달의 결정요인'으로 응답자의 54.0％가 '운'이라고 대답했다. '실력과 운이 반반씩'이라고 답한 것은 17.7％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메달권에 들수 있었던 것은 운이 아니라 실력이 뒷받침된 때문이다. 프로야구경기에서도 승운이 따르는 감독이 있다. 무리한 작전같지만 때맞춰 안타가 터지고, 대타자가 적시에 안타를 쳐준다. 때로는 기대하지도 않은 불규칙 바운드까지 나와 경기의 흐름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많은 야구인들은 김응용 감독(59)을 "승운이 따라주는 감독"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김감독의 능력을 폄훼해서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며칠전 잠실구장에서 만난 배성서 빙그레 창단감독(56)은 아마시절 같은 한일은행 출신인 김응용 감독과의 승리 징크스를 떠올렸다. 동국대 감독 시절 배성서씨는 한일은행 감독이던 김감독과 경기전 악수를 하면 그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일부러 김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강제로 경기장에 나오도록 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김응용 감독은 아마에서도 우승과 특별한 인연을 쌓아왔다. 63년 9월 서울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숙적 일본을 꺽고 대회 첫 우승컵을 안을때 당시 수훈갑은 투런홈런을 날리는 등 4번타자로 맹활약한 선수 김응용이었다. 또 처음 한국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돼 출전한 77년 니카라과 슈퍼월드컵대회에서는 한국을 사상 최초로 세계아마야구 정상에 올려놓았고, 아마로서는 마지막 사령탑이었던 80년 일본에서 열린 제26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쿠바에 이어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20년만에 다시 대표팀감독으로 복귀한 2000시드니올림픽에서는 한국야구 사상 처음으로 메달(동)을 따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프로야구 해태를 9번이나 한국시리즈 챔피언 자리에 앉힌 명장 김응용 감독이 18년간 정들었던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벗고 30일 삼성라이온즈의 11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승을 몰고다니는 단기전의 명승부사 김응용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6연패를 당한 삼성의 한을 과연 언제쯤 풀어줄 수 있을 것인가. 삼성의 '13억 베팅'이 흥미롭기만 하다. 〈부국장 joyg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