녣…두산팬이라면 하나같이 동글동글, 빵빵한 '호빵맨 뺨'을 무던히도 그리워했을게다. 30일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 충격의 0대3 완패. 김동주의 빈 자리가 그리 커보일 줄 몰랐다. 선수들의 헬멧에 새겨진 배번 '18'만이 한국시리즈에 남은 유일한 김동주의 흔적. 그러면 한창 게임이 벌어지고 있던 시각 '동그란 얼굴'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을까. 김동주는 두산의 팀지정 병원인 서울 서초구의 주정형외과 308호실에 드러누워 있었다. 이날 아침 7시부터 한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고 병실로 옮겨져 맞은 첫날 밤. 반깁스를 한 오른손 대신 왼손에다가 누가 뺏아갈세라 TV 리모콘을 꼭 붙잡고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채널을 고정시켰다. 오른팔 전체에 했던 마취가 풀리면서 욱씬욱씬 참기 힘든 통증이 왔지만 화장실 한번 안 가고 꼿꼿이 앉아 애국가 연주부터 9회 폭죽이 터질 때까지 게임을 지켜봤다. "우리 타자들이 타석에 설 때마다 헬멧에 씌어진 18번이 대문짝만하게 비치는데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TV 브라운관으로 뛰어들고 싶었어요." 3시간이 넘도록 앉아서 용을 쓰다보니 손가락 끝이 끊어질듯 아팠다. 야구를 시작하고 나서 이렇게 심각한 부상은 처음이라 침대는 더더욱 가시방석. "잠실 3차전부터는 운동장에 나가서 보기로 했어요. 선수들을 만나 얘기라도 맘껏 하고 나면 마음이 좀 풀릴 것 같아서 안된다는 원장님을 한참 졸랐죠." 통증 때문에 계속 오그라들던 김동주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진 것은 바로 이 말을 할 때였다. 〈수원＝박진형 기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