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무대의 경험이 적은 어린 투수들에게는 야수 실책 이후의 승부가 어렵기 마련. 평정심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다. 2회말 두산 우익수 심정수가 공을 더듬는 실책으로 1사 2,3루의 위기를 맞은 프로 2년차 구자운의 투구는 의미있는 대목. 퀸란을 상대로 연거푸 볼 두개를 던져 흔들리는가 싶더니 130㎞대 초반의 슬라이더 유인구로 연속 헛스윙을 유도, 삼진 아웃으로 한숨을 돌렸다. 문제는 타순 9번의 박진만. 퀸란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듯 했다. 투볼로 불안하게 출발, 이어 시속 130㎞짜리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존에 찔러넣어 볼카운트는 1－2. 욕심이 생겨서일까. 과감하게 몸쪽으로 던진 132㎞ 변화구가 그만 가운데 쪽으로 몰리며 2타점짜리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2－2 동점에서 급격히 페이스가 흔들렸던 5회. 1사후 세타자를 연속으로 4구로 내준뒤 희생플라이로 추가 실점. 기대 이상의 호투였지만 여기까지가 한계였을까. 직구와 슬라이더를 6대4의 비율로 뿌렸지만 이닝을 거듭할수록 위력이 떨어졌다. 4년차인 현대 임선동 역시 구위 자체는 썩 좋지 않았지만 피해가지 않고 맞혀 잡는 노련함에서 한발 앞섰다. 직구 최고 시속 141㎞. 130㎞대 후반이 대부분이어서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120㎞ 초반의 느릿한 슬라이더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그런대로 잘 먹혔다. 2년과 4년. 그 차이였다고나 할까. <수원=양정석 기자 js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