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닥친 악재. 그러나 결과는 판이했다. 현대와 두산은 묘하게도 한국시리즈 직전에 나란히 가슴 철렁한 소식을 한번씩 들었다. 현대는 왼손 중심타자 이숭용이 시리즈 개막을 4일 앞둔 지난 26일 마르샤 승용차가 전파되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차가 트럭밑으로 들어가 지붕이 날아가고 앞바퀴가 20m 밖으로 튕겨나가는 끔찍한 사고였지만 반사적으로 조수석을 향해 상체를 숙인 덕분에 기적적으로 외상은 입지 않았다. 두산은 한국시리즈까지는 뛸 줄 알았던 김동주가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향후 손가락이 안 펴질지도 모른다"는 병원측 소견에 따라 1차전 당일인 30일 아침 수술대에 누웠다. 현대 선수들은 휴지처럼 구겨진 고철더미 속에서 피 한방울 안 흘리고 살아나온 이숭용의 '전설'을 듣고 무척 고무돼 있다. 1차전 경기전 이숭용은 타격훈련이 끝난 뒤에도 혼자서 공을 올려가며 부지런히 T배팅을 하고 있었다. "그냥 태연한척 하려고 쳐보는 거죠. 사실은 구석구석 안 아픈데가 없어서 시리즈 끝나고 정밀검진을 받아 보려구요." 두산 선수들도 헬멧에 김동주의 배번 18번을 새겨넣으며 파이팅의 계기로 삼으려 애는 썼지만 '김동주가 없다'는 사실에 알게 모르게 팀전체의 사기가 가라앉고 말았다. 결국 '온몸이 삐그덕거리는' 이숭용이라도 '없는' 김동주보다는 나았다는 얘기다. 〈수원 = 박진형 기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