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달구벌에 피바람이 몰려온다.
삼성의 신임 감독으로 취임한 '코끼리' 김응용 감독(59)이 31일 대구에 첫발을 딛기가 무섭게 가슴 섬뜩한 '숙청의 칼날'을 세웠다.
구단으로부터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부여받은 김감독은 팀의 총체적 개편의 첫 단계로 1,2군에 걸친 대규모 코칭스태프 인사를 단행했다.
김감독의 말 한마디에 재계약이 무산된 코치는 김성근 2군감독을 비롯해 장효조(타격) 이순철(작전-주루) 김봉근 코치(투수ㆍ이상 1군)와 2군의 장호연 투수코치, 박정환 배터리 코치 등 6명. 코칭스태프 13명중 절반 가까이가 물러난 셈이다.
관례적으로 감독이 코칭스태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의 '10ㆍ31 개각'은 김응용 감독의 '친정체제 구축' 전단계 성격이 짙다.
거리로 내몰린 코치들의 면면을 보면 김감독이 평소 껄끄럽게 여기고 있는 인사가 주류를 이룬다. 김성근 2군 감독과 이순철 코치는 해태시절 김감독과 갈등관계였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들로 꼽힌다.
틈이 벌어지면서 김성근 감독은 지난 96년 쌍방울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순철 코치는 98년 삼성으로 이적했었다.
장효조 김봉근 코치는 전임 김용희 감독과의 친밀한 관계가 악재로 작용했다. 이들은 롯데시절부터 김용희 전 감독과는 '실과 바늘'같은 사이로 알려져 '코끼리호'에 동승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됐었다.
살아남은 코치는 지역정서와 구단체면을 감안한 흔적이 역력하다. 계형철 조범현 코치는 계약기간이 남아있고, 김동재 장태수 류중일 코치는 대구지역 출신, 신용균 2군 투수코치는 김감독의 선배로 그동안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김응용 감독은 해태에서 유남호 수석코치, 김종모 타격코치를 데려오면서 후속작업으로 자신이 다루기 쉽고 능력있는 코치들을 영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김감독의 친정체제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권정식 기자 js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