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전 그에게 도대체 '방출'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퇴출의 칼날을 맞았고, 9년동안 정들었던 베어스 유니폼을 벗어야했다. 그리고 찾아든 새둥지 현대서 이제 이명수(34)는 '친정팀 킬러'가 돼있다. 98년 두산전서 타율 3할2푼에 9타점, 지난해는 2할5푼5리에 그쳤지만 7타점으로 고비마다 '옛정'을 배반했다. 줄곧 지명타자나 대타로 출전한 올해의 성적은 무려 3할8푼9리에 7타점. 규정타수는 채우지 못했지만 유니콘스 주축 타자중 단연 최고다. 드디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최고의 무대, 한국시리즈에서 친정팀 두산과 맞닥뜨린 이명수의 각오가 남들과 똑같을 리 없다. "인연이 다해서 헤어졌고, 또 인연이 남아 만난 것 뿐입니다." 애써 의미를 줄여보지만, 큰무대를 기다리는 가슴은 벅차다. 완벽대타로 벤치에 대기했던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서 이명수는 내내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변변한 접전없이 현대가 4연승의 싱거운 완승을 거두는 바람에 멋지게 출격할 기회가 없었다. 한국시리즈서 김재박 감독은 상대타율이 높은데다 큰경기 경험이 풍부한 이명수를 주전 1루수나 대타로 중용할 계획. 이명수는 '가을 사나이'다. 실패없던 두차례 한국시리즈, 13경기서 타율 3할6리를 때렸다. 95년 맞상대 두산을 이끌고 첫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안았던 주인공, 2년전에는 현대 창단 첫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다. 바로 그 두팀 사이에서 이명수는 세번째 한국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꿈꾼다. 〈수원＝이승민 기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