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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겠습니다." 2024년 파리패럴림픽 역도(파워리프팅) 80㎏ 4위를 차지한 장애인 역도 간판 김규호(44·평택시청)는 한때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는 은행원이었다. 2012년에 입사해 2021년 10월 퇴사할 때까지 9년간 우리은행을 다녔다. 수인업무센터 금융정보팀 등에서 일했다. 단란한 가정도 꾸렸다. 어느 날 김규호의 퇴사 결심을 전해들은 한 직장 선배는 '은행을 떠난 사람 중 90%가 후회를 했다. 나는 네 결정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꿈을 좇는 건 좋지만, 옳은 선택이 아닌 것 같다'고 만류했다고 한다. 불혹을 갓 넘긴 나이였다. 40세는 무언가를 도전하기에 이른 나이가 결코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꿈 앞에서 꼬리를 내렸다. 김규호는 "주변에선 무슨 일이 생길까봐 걱정했는데, 은행에 다니더라도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내 선택이 옳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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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호는 "세계 최정상과의 격차를 인정했지만, 나를 증명하고, (메달)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대회였다. 4년 더 도전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360도로 구성된 경기장에서 한 한국인 관중이 '김규호!'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김규호는 2028년 LA패럴림픽이라는 명확한 목표점이 있기 때문에 파리 대회가 끝난 뒤에도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했다. 세계 최정상과의 격차를 좁히는 방법이 오직 땀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김규호는 3월 일본 대회를 시작으로 6월 중국 대회, 10월 이집트 엘리트 월드챔피언십에 줄줄이 출전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2026년 아이치-나고야장애인아시안게임이 열린다. 김규호는 "제 체급 1~3위가 모두 아시아 선수다. 이란, 중국, 이라크, 요르단 등이 강세다. 아시안게임에서 220㎏을 들어 포디움에 오르면 다음 패럴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