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은 '국가대표'선수촌이지,올림픽선수촌이 아니다" '올림픽챔피언'유승민 당선인의 비인기종목X지도자 향한 애정

전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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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20 10:41 | 최종수정 2025-02-20 14:26


"진천은 '국가대표'선수촌이지,올림픽선수촌이 아니다" '올림픽챔피언'유승…
국가대표지도자 간담회. 사진제공=대한체육회

"진천은 '국가대표'선수촌이지,올림픽선수촌이 아니다" '올림픽챔피언'유승…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진천선수촌은 국가대표 선수촌이지 올림픽, 아시안게임 선수촌이 아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진천국가대표선수촌 내 소외된 비인기 종목에 대한 같한 관심과 지원 의지를 밝혔다. 유 회장 당선인은 지난 14일 문화체육관광부의 당선인 인준 직후 첫 공식 행보로 '친정' 국가대표선수촌을 찾아 국가대표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강호석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 회장의 환영사에 이어 지도자들이 유승민 당선인에게 응원의 뜻을 담은 태극기를 전달한 후 본격적인 간담회가 시작됐다. 유 당선인은 압도적, 절대적인 지지 기반인 선후배 지도자들을 향해 아낌없는 애정을 표했다. "선거 기간 내내 누구보다 지도자들과 잘 소통해왔다. 제가 선수 때는 늘 훌륭한 지도자, 제가 코치 때는 늘 훌륭한 감독님이 계셨다"고 돌아봤다. "제게 거는 기대가 크실 걸로 안다. 기대의 크기를 알고 있다"면서 "시대와 환경이 빠르게 바뀌어면서 지도자들의 노고가 많으시다. 제가 대한체육회장에 도전한 이유는 4년간 뭔가 누리려고 해서가 아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신바람나게 선수를 지도하는 환경을 만들어드리고, 선수와 지도자들이 서로 존중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 오늘 여기서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행하는 회장이 되겠다. 변화를 느끼신다면 그게 바로 제가 체육회장에 도전한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선수촌에 '선수·지도자 지원부' '꿈나무 육성부' 직제를 신설했다. 선수, 지도자들이 느낄 만한 변화가 이름에서부터 나와야 한다. 28일 공식 취임하면 선수,지도자 관련 사항은 속도를 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주시고 지지해주시면 기대에 꼭 부응하겠다"는 다짐에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스쿼시, 철인 3종, 사이클, 양궁, 육상, 복싱, 펜싱, 유도, 하키, 근대5종, 사격, 역도, 레슬링, 가라테, 주짓수, 비치발리볼 감독 등 입촌 종목 지도자들으 물론 전지훈련중인 지도자들도 대거 참석해 관심과 기대를 반영했다. 다양한 종목의 '민원'이 쇄도했다.


"진천은 '국가대표'선수촌이지,올림픽선수촌이 아니다" '올림픽챔피언'유승…

"진천은 '국가대표'선수촌이지,올림픽선수촌이 아니다" '올림픽챔피언'유승…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과 강호석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장과 '레전드 레슬러' 안한봉 레슬링대표팀 감독 사진제공=대한체육회
도쿄올림픽, 파리올림픽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입증한 근대5종에선 실내 훈련시설 설치 요청이 나왔다. "근대 5종은 오랜 기간 국군체육부대에서 촌외훈련을 하다 승마가 장애물 종목으로 대체되면서 지난해 12월 처음 진천에 입촌했다. 좋은 시설, 의료 시설에 대한 만족도는 대단히 높지만 장애물경기 훈련장이 야외에 있어 추위로 인해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2월 말에 열리는 월드컵 첫 대회를 포기해야 했다"며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4월 대회에는 출전할 예정인데 저희 종목뿐 아니라 다양한 종목이 실내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나눠 쓰는 방법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유 당선인은 "제가 IOC에서 올림픽 프로그램 위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근대5종 종목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았다. 선수들의 어려움을 예상했는데 오늘 여기 와서 이 상황을 알게 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선수촌운영부, 기획부와 소통해 여력이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근대5종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종목이고 점점 월드클래스가 돼가고 있는데 국제대회를 포기하는 건 부끄럽다. 빠르게 피드백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부 종목에선 지도자 계약기간 보장 및 명문화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지도자 계약 명문화가 체육회의 권고사항으로 치부되고 있는데 최소한의 기간은 보장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협회마다 다르다. 2년인 곳도 있고, 4년인 곳도 있다. 대한체육회가 계약기간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갖고 가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유 당선인은 "지도자 계약기간 보장 명문화에 대한 요구사항을 들었다. 협회 따라 임기도 다르고, 겸임, 전임 다양하다. 지도자들은 계약기간 4년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데 각 협회 상황을 봐야 한다. 지도자 평가 부분도 있을 텐데 2+2년식으로 탄력적으로 생각해봐도 좋겠다"면서 "종목육성부와 논의해 계약기간, 조건, 형태를 먼저 파악해보겠다. 납득할 만한 안을 갖고 다시 찾아뵙겠다"고 답했다.

한 지도자는 실업팀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냈다. "지자체별로 실업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많이 해체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실업팀을 지원하는 방법 등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자 "지자체 직장운동경기부 운영은 법으로 제정돼야 한다. 국회를 많이 다니고 있다. 실업팀 보호법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님을 자주 뵙고 있다. 국회에 체육인 임오경, 진종오 선배, 문체부 장미란 차관, 하형주 이사장님과 잘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트레이너 한 명이 손을 들어 계약직의 고충을 토로했다. "감독, 코치는 2~4년 계약이 되는데 트레이너는 매년 공고를 내고 재계약하는 부분이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설득이 필요한 부분은 관련기관에 요청해보겠다. 정확한 디테일을 파악한 후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안한봉 레슬링 대표팀 감독과 황희태 남자유도대표팀 감독은 체급, 상대성 종목의 파트너 증원을 요청했다. 안 감독은 "투기 종목은 파트너가 정말 중요하다. 태릉 시절엔 서울 근교 선수들이 합동훈련을 와서 경기력이 좋아졌는데 지금은 파트너가 없어서 같은 사람하고 계속 해야 한다. 심각하다. 또 레슬링은 체급이 10체급인데 올림픽 체급은 6체급이다. 4체급은 입촌을 못한다. 똑같은 국가대표로 인정받게 해주셨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황 감독 역시 "태릉에 있을 때는 서울 한체대 등 들어오는 팀이 많았다. 진천에 온 후 파트너 팀들이 오기 어려운 구조다. 체급별 파트너 인원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유 당선인은 "결국은 돈 문제다. 해결방법을 빠르게 체크해보겠다"고 답했다.


2028년 LA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스쿼시는 유망주들의 자비 출전 문제를 짚었다. "선수들이 자비로 국제대회에 나가고 있다. 국가대표 지도자를 동반해야 훈련수당이 나오는데 자비로 출전하다보니 훈련수당을 받지 못한다. 훈련수당이라도 보태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륜관에 탁구, 배드민턴, 핸드볼, 스쿼시가 있는데 저희만 늘 촌내 훈련을 한다. 종목 특성상 촌내 훈련만 하다보면 한계가 있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도 보인다. 국제대회 출전, 전지훈련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유 당선인은 "대회의 형식과 성격을 봐야 한다. 올림픽 랭킹포인트가 걸린 대회의 자비 출전은 지원이 필요할 것같다. 관련 규정 체크해서 피드백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열심히 돈을 벌어보겠다. 대한체육회가 모든 걸 다할 순 없다. 협회들도 유기적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자들의 '자유 발언대' 분위기 속에 주짓수, 가라테 등 비인기종목들도 앞다퉈 목소리를 냈다. 주짓수 지도자가 "선수 16명이 입촌했는데 지도자는 2명뿐이다. 지도자 1명이 청소년국제대회에 나가 혼자 선수들을 지도하려니 너무 힘들다"고 고충을 전했다. 이어 가라테 외국인 감독들의 통역을 위해 동행한 주장 선수가 손을 들었다. "가라테는 국제대회 10개 카테고리중 4개 밖에 참가를 못한다. 선수 부족도 있지만 선발전에서 2개 카테고리를 빼고 진행하고 재정도 부족하다. 세계선수권에 나가려면 랭킹포인트를 따야 하는데 지원을 못받고 있다. 실업팀도 없고 지원도 없다. 훈련수당으로 국제대회에 나가긴 어렵다. 다른 수입은 없고 수당만 받고 있다. 사실 어렵게 이곳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데 선수 생활을 오래 하기가 힘들다. 잘하는 선수도 빠져나가고 있다"고 답답한 현실을 전했다. 유 당선인은 "주짓수, 가라테가 언제 올림픽 종목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곳은 국가대표선수촌이지 올림픽, 아시안게임선수촌이 아니다"라고 했다. "주짓수, 가라테처럼 잠재가능성, 미래를 보고 투자할 종목이 있다. 우리에겐 68개 종목이 있다. 이런 종목들이 소외되지 않게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천은 '국가대표'선수촌이지,올림픽선수촌이 아니다" '올림픽챔피언'유승…
지도자들의 허심탄회한 제언과 속풀이 토크가 1시간 가까이 이어진 간담회 끝자락, 유 회장은 지도자들을 향해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첫째 새벽운동 종목별 자율화, 둘째 지도자 출퇴근 자율화, 셋째 선수촌내 간단한 음주를 겸한 네트워킹 공간 설치."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지도자와 선수들의 자율성과 자유도를 높이는, 깜짝 정책 제안에 장내가 술렁였다. 종목별, 개인별 제각각 생각은 다 달랐다. 한 지도자는 "선수촌 지도자가 퇴근했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부담과 책임이 다 지도자에게 온다"고 우려했다. 유 회장은 "제 공약이긴 하지만 여러분이 반대하면 안할 것이다. 책임, 부담 부분은 규정을 잘 만들면 된다"고 했다. "선수촌 내 지도자 음주 금지에 대해 나는 생각이 다르다. 다 성인들인데 퇴근 후 지도자가 방에서 몰래 술먹다 징계받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왜 숨어서 마셔야 하나. 맥주 한 캔 정도는 먹을 수 있다. 함께 모여서 스트레스도 풀고 소통하는 공간, 제한적 음주가 가능한 진천선수촌 내 네트워킹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뭐든 과하면 실수가 나오기 때문에 관련규정을 엄격하게 만들어볼 계획"이라는 말에 다수의 지도자들이 "좋습니다!" 찬성 의사를 표했다. 향후 지도자들의 의견을 수렴에 반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유 당선인은 "이곳은 '올림픽' 선수촌이 아닌 '국가대표' 선수촌이다. 시설이 훌륭하고 넓고 여유 있다. 종목별로 필요한 사항을 꼼꼼히 체크해보겠다"고 했다. "한번에 모든 걸 다할 순 없지만 여러분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놓치지 않겠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겠다. 특히 경기력 관련 부분은 불편함 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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