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0살이니까, 난 더 잘할 수 있으니까!" 보치아 국대 서민규의 도전은 계속된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5-02-13 06:01


"아직 20살이니까, 난 더 잘할 수 있으니까!" 보치아 국대 서민규의 …
서민규.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아직 20살이니까, 난 더 잘할 수 있으니까!" 보치아 국대 서민규의 …
서민규.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아직 20살이니까, 난 더 잘할 수 있으니까!" 보치아 국대 서민규의 …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아직 20살이니까, 난 더 잘할 수 있으니까!" 보치아 국대 서민규의 …
서민규.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보치아 국대' 서민규(20)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보치아 공을 처음 잡았다. 그로부터 약 11년이 지난 2024년 7월 첫번째 패럴림픽에 도전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결과는 아쉬웠다. 서민규-정성준-정소영으로 구성된 보치아 혼성단체(스포츠등급 BC1, BC2)는 2024년 파리패럴림픽 보치아 동메달결정전서 일본에 3대8로 패하며 4위에 그쳤다. 서민규는 눈앞에 어른거리던 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렇게 열아홉 서민규의 첫번째 패럴림픽은 마무리됐다.

그로부터 약 7개월이 지난 4일 이천 장애인선수촌에서 마주 앉은 서민규는 "2025년 새해가 밝았다는 것도, 내가 20살이 되었다는 것도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 2024년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그는 "파리패럴림픽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후회'다. 내가 조금 더 시야를 넓게 봤다면 결과가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라며 "경험이 부족했다.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후회는 없었지만,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른 방향으로 훈련하지 않았을까 싶다. 편한 마음가짐으로 훈련을 했다면, 본 대회에서 부담없이 플레이를 펼쳤을 것 같다"고 첫 패럴림픽을 돌아봤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파리에선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얻었다. 서민규는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또 달랐다. 중압감, 긴장감이 10배는 더 높은 느낌이었다"며 "축구 경기처럼 선수들이 공을 던질 때 관중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는 게 신기했다. 잘해도 환호, 잘 못 해도 괜찮다며 환호를 보냈다.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보치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웃었다.

대회 후 한두 달 동안 힘든 나날을 보냈다는 서민규는 빠르게 '멘털'을 털고 일어섰다. 파리패럴림픽이 종착역이 아니라 출발역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서민규는 "파리패럴림픽을 발판 삼아 새롭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야를 넓혀 여러 방면을 보면 올해 더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또 긴장하고 흥분해서 경기에 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스무살이 된 올해는 좀 더 차분해져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간 담을 쌓았던 독서와 영어 공부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직 20살이니까, 난 더 잘할 수 있으니까!" 보치아 국대 서민규의 …
2024년 파리패럴림픽 경기를 마치고 어머니 품에서 울고 있는 서민규.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보치아는 중증 뇌병변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운동으로, 선수들은 6개의 빨간색 공과 6개의 파란색 공을 표적구(흰색)에 던지거나 홈통을 이용해 굴려 승부를 가른다. 표적구에 가까이 던진 공이 많을수록 점수를 더 받는다. 이런 이유로 '땅 위의 컬링'으로 불린다. 서민규는 "탱탱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이 보치아의 매력"이라며 "2위가 1위를 하고, 1위가 떨어질 수 있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보치아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서민규가 중심이 된 혼성 단체팀이 4위를 하고, 정호원(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과 강선희(한전KPS)가 개인전 메달을 따는 등 한국 보치아팀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며 보치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보치아 대회만 15개. 나아가 올해 9월 국내에서 보치아월드컵이 열리고, 내년 세계보치아선수권이 서울에서 개최된다.

서민규의 시선은 이제 2028년에 열리는 LA 패럴림픽에 향해있다. 서민규는 "4월에 국내대회, 5월에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오세아니아 대회, 9월 월드컵 대회를 준비한다. 우선 국내대회에서 잘 해야 내년 국가대표 선발에 유리하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어떤 대회에 출전해 어떤 전략을 짤지 고민 중"이라며 "이 모든 것이 패럴림픽에 나가기 위한 과정이다. 4년은 금방 지나갈 것"이라고 했다. 서민규는 "정호원 선배는 올림픽에 4번 출전하고, 메달도 딴 리빙 레전드다. 축구로 따지면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견줄 수 있다"며 "앞으론 정호원 선배를 따라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나만의 특출난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규는 지난 패럴림픽을 아쉬워하기엔 너무 어리다. 앞으로 3~4번의 올림픽은 더 출전할 수 있는 나이다. 서민규는 "후배들이 벽을 깨려면 내가 더 잘 해야 한다. 2025년엔 좀 더 책임감을 느끼며 매 순간을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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