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승민 새 대한체육회장에게 바란다, 성공 여부는 실천력이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25-01-17 08:55


[칼럼]유승민 새 대한체육회장에게 바란다, 성공 여부는 실천력이다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유승민 후보가 기뻐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1.14/

왕하오에 이어 이기흥까지 누른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43)의 주무기는 패기와 열정이다. 주변에서 "어렵다"고 수도 없이 말했지만 도전 정신을 앞세워 보란듯이 해냈다. 21년 전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서 중국의 왕하오를 '공격탁구'로 몰아쳐 제압했다. 이번엔 '체육 대통령'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해 3선을 노린 이기흥 현 회장의 아성을 38표 차이로 무너트리면서 새 회장에 당선, 파란을 일으켰다.

유승민 당선인은 확실한 장점을 갖고 있다. 탁구 선배이자 이번 선거를 도운 김택수 총감독(미래에셋증권)의 말처럼 유승민 그 자체가 강한 브랜드다. 유 당선인은 젊은 나이에도 화려한 커리어를 갖추고 있다. '탁구신동'으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IOC선수위원, 대한탁구협회장, 평창동계올림픽선수촌장 등을 지냈다. 선수로 올림픽 정상에 섰고, 마음먹고 나간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9년전 IOC 선수위원 선거와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도 '발로 뛰는' 전략으로 승리했다. 그를 도와 선거에서 승리한 쪽에서 "유승민 당선인이 공정하고 정직하게 일하면 이기흥 체제와는 다른 체육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유 당선인은 선거 승리 이후 기쁨 보다 앞으로 4년 동안 해야할 일에 대한 큰 무게감을 절감했을 것이다. 그는 이번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한국 체육의 민낯을 두루 봤다. 최근 몇년새 우리나라 체육의 1년 예산은 1조6000억원 남짓이다. 대한체육회 예산만 4500억원 정도 투입된다. 이런 예산들이 엘리트와 생활체육(학교체육 포함)에 뿌려진다. 228개 지방체육회 곳곳까지 내려간다. 그런데 우리 체육의 현실은 다 알고 있는 문제를 그 누구도 고치지 못하며 제자리 걸음만 계속 하고 있다. 종목간 빈부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고, 저출산으로 엘리트 체육인을 길러낼 텃밭이 황폐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학교체육을 강화해서 초중등에서만이라도 체육활동을 늘려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국가교육위원회, 학교 현장 등에선 큰 벽에 부딪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학생, 부모, 교사 등의 상황과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지방체육회에선 돈이 없다며 '서울'만 바라보고 있다.


[칼럼]유승민 새 대한체육회장에게 바란다, 성공 여부는 실천력이다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유승민 당선인이 김대년 선거위원장의 축하를 받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1.14/
이번 선거로 체육인들은 지독한 몸살을 앓았다. 2016년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통합한 후 4년 마다 체육계는 정치판을 방불케하는 선거를 치른다. 이번 선거에선 정부(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까지 훈수를 두면서 더 열기가 달아올랐다. 중립적으로 중심을 잡아야할 대한체육회 직원들까지 여러 후보들의 편가르기에 줄을 설 수밖에 없었다. 일부 체육계 인사들은 후보와 그를 돕는 사람들의 요청에따라 이곳저곳으로 불려다녔다. 선거는 38표차로 당선과 탈락으로 갈렸지만 그 상처는 남아 있다. 유 당선인이 이기흥 후보를 압도한 건 아니다. 8년 동안 한국 체육을 이끈 이기흥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이 여전히 존재한다. 유 당선인은 앞으로 이런 세력들과 함께 일을 해나가야 하는 게 처한 현실이다. 이기흥 후보 쪽에 섰던 지방체육 회장들이 바로 유 당선인의 편으로 갈아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칼럼]유승민 새 대한체육회장에게 바란다, 성공 여부는 실천력이다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유승민 당선인이 환호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1.14/
유 당선인은 '일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는 전임자들이 못한 일들을 하려고 한다. 그의 공약은 다른 후보들과 큰 차이가 없다. 지방체육회를 살리고, 학교체육을 활성화하고, 체육회 자체 수익 구조를 탄탄하게 가져가겠다고 했다. 문제점과 뭘 해야 할 지는 명확하다. 유 당선인의 4년 후 평가 잣대는 실천 여부가 될 것이다. 단적으로 '하느냐, 못 하느냐'다. 결국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선 '재원'이 필요하다. 유 당선인은 후보 시절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대기업 30곳을 찾아가 후원 요청을 위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예산만으로 지방체육회 살림을 윤택하게 하고, 학생들의 신체·정신 건강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유 당선인은 알고 있다.


[칼럼]유승민 새 대한체육회장에게 바란다, 성공 여부는 실천력이다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유승민 당선인이 환호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1.14/
시대가 변하고 있고 한국 체육도 달라져야 한다. 40대 새 수장 유 당선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엘리트 체육인으로 생활체육을 포용해야 한다. 통합체육 구조에서 어쩔 수 없다. 단 스포츠가 너무 정치화되는 건 선을 그어야 한다. 엘리트 분야는 국제경쟁력을 높여 더욱 국위를 선양해야 한다. 아마추어인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은 국민들의 신체·정신 건강을 증진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문체부,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국회, 언론 등과 함께 가야 한다. 이제 노는 물이 달라진 '난놈' 유승민 당선인의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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