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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치키타 소녀'박가현의 새해소망 "태극마크 달고,단식 우승하고 싶어요!"[신년 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5-01-11 11:16


'대한항공 치키타 소녀'박가현의 새해소망 "태극마크 달고,단식 우승하고 …

'대한항공 치키타 소녀'박가현의 새해소망 "태극마크 달고,단식 우승하고 …

지난해 11월 25일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열린 2024년 세계청소년탁구선수권 19세 이하(U-19) 여자 단체전에서 짜릿한 낭보가 전해졌다. '2007년생 캡틴' 박가현과 '유남규 2세' 유예린이 맹활약한 대한민국 여자탁구가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준결승에서 '난공불락' 중국을 꺾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화룡점정'이 절실했던 대만과의 결승전, 박가현은 나홀로 2승을 잡아내며 매치스코어 3대1, 역사적인 첫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국의 단체전 우승은 남녀 통틀어 21년 만에 최초. 박가현은 오준성(미래에셋증권)과 함께 나선 혼합복식서 은메달, 유예린과 함께 나선 여자복식서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눈부신 기세는 국내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22일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탁구선수권에서 박가현은 언니들을 줄줄이 꺾고 여자단식 4강에 우뚝 섰다. 한국 여자탁구의 미래임을 온 세상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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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 도전을 앞두고 대한항공 훈련장에서 만난 박가현은 몸도 마음도 한뼘 더 자라 있었다. K-탁구소녀들의 쾌거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그녀는 덤덤했다. "달라진 거 별로 없는데…"라며 웃었다. 우월한 스포츠 DNA를 타고났다. 아버지 박경수 한남대 감독은 탁구 주니어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 정혜승씨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이다. 보람할렐루야 탁구단의 박철우가 그녀의 오빠, 보기 드문 '스포츠 가족'이다. 박가현은 네 살 때 라켓을 처음 잡았고, 경북 영천 포은초 6학년 때인 2019년 어린이왕중왕전에서 첫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대전 호수돈여중 3학년 때인 2022년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유스컨텐더 15세 이하(U-15)에서 우승했다. 2023년 탁구에 전념하고자 고교 진학 대신 실업팀 대한항공에 입단했고, 2024년 4월 WTT 피더 오토세크(슬로베니아) 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당시 '세계 58위' 대만 국가대표 리워준(26)을 꺾고 생애 첫 국제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곧바로 이어진 5월 전국남녀종별선수권 단체전 결승에선 '귀화 에이스' 이은혜, 김하영과 함께 주전으로 나서 포스코인터내셔널 '베테랑' 김별님을 꺾고 대한항공 '3년 만의 우승'에 기여했다. 시니어 무대 단체전에서 '10대 신성'이 폭풍 성장을 증명했다.


'대한항공 치키타 소녀'박가현의 새해소망 "태극마크 달고,단식 우승하고 …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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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자신의 길을 또박또박 준비해온 박가현은 마침내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포텐'을 터뜨렸다. 준결승에서 최강 중국을 꺾은 비결은 '유쾌한 원팀'이었다.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우리끼리 장난처럼 '야, 중국 이기자!' 했는데 진짜 이겼어요. 긴장하기보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해보자' 했죠. 처음엔 실감이 안됐어요. '이긴 거 맞나?' 했죠"라며 웃었다.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후 대만과의 결승전 역시 만만치 않았다. 박가현은 "대만도 전적에선 사실 불리했거든요. 애들하고 '중국 이기고 금메달 못 따면 좀 그런데…'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못따면 어때? 욕 한번 먹으면 되지! 그냥 해!' 했어요"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우승 순간, 실감이 안났어요. 이기고 딱 돌아섰는데 벤치에 난리가 났더라고요. 사상 최초인 줄도 몰랐어요." 애국가가 울리는 순간에야 우승을 실감했다. "'와, 애국가다!' 했어요. 앞으로 애국가를 더 많이 울리고 싶단 생각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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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현은 대한항공에서 '월클 올림픽 메달리스트' 주세혁 감독, 김경아, 당예서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1월 12~24일 충북 체전에서 열릴 국가대표 선발전, 첫 태극마크가 목표다. '깎신' 주세혁 감독은 박가현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여자대표팀 5명 안에 들어갈 선수, 신유빈, 김나영 등과 함께 한국 여자탁구를 이끌어나갈 선수"라고 단언했다. "근회전과 탁구 센스가 굉장히 좋다. 습득력도 성장 속도도 빠르다"면서 "기술적으론 백핸드가 정말 좋다. 치키타(테이블 위에서 손목을 돌려 거는 백핸드 톱스핀)를 남자선수 못잖게 구사한다. 손목을 잘 쓰고 회전양이 많다"고 했다. "포어핸드가 부족했지만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각도나 신체에 변화를 주면서 포어핸드 쪽도 최근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고 평했다. '베이징올림픽 동메달' 김경아 코치는 "승리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많은 경기를 통해 지고 이기면서 경기력을 높여가는 과정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선발전, 태극마크에 도전하고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단단한 실력을 갖춘 선수로 키워내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박가현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중국 톱랭커' 쑨잉샤, 선수로서의 최종 꿈은 "올림픽 메달"이다. "2028년 LA올림픽까지 남은 3년간 열심히 날아다니고, 실력 더 많이 쌓고… 아직 열일곱이니까 계속 도전하다 보면 올림픽에 한번은 나가겠죠? 금, 은, 동 뭐든 좋으니 올림픽 메달 하나 이상 따는게 목표예요."

박가현에게 을사년 새해 소망을 물었다. "국내 대회 단식에서 우승해보고 싶어요. 태극마크도 꼭 달고 싶어요. 국가대표 선발전 준비 잘해야죠." 우리나라 여자탁구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엔 짧고 씩씩한 대답이 돌아왔다. "밝혀봐야죠!"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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