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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의 황태자' 이태현(47)과 '모래판의 귀공자' 황규연(47), 2000년대를 풍미한 '영원한 라이벌'이 초겨울 제주 청소년스포츠한마당(이하 청스한)에서 두손을 꼭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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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황규연과 이태현은 2000년대 씨름판을 후끈 달군 세기의 라이벌. '황태자' 이태현 (용인대 무도스포츠과 교수)은 백두장사 20회, 천하장사 3회 등 무려 40회나 장사에 등극했다. '귀공자' 황규연은 2012년 최고령 장사(만36세9개월), 2010년 의 최고령 천하장사(만34세 1개월)를 보유한 불굴의 승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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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후 만난 '레전드'들은 "어린 친구들에게 씨름의 꿈을 키워주러 왔다"고 입을 모았다. "씨름은 손 잡아 일으켜주고 모래를 털어주면서 사람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는, '인간존중'이 첫 번째인, 자랑스런 우리의 전통문화"라고 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황 장사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씨름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씨름 부흥을 위해 의기투합한 천하장사들이 "청소년스포츠한마당, 으랏차차!"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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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반, 제주 씨름왕 친구와 함께 출전한 청스한
이날 대회엔 한림초, 곽금초, 재릉초, 더럭초 등 4개교, 총 20개팀 남녀 초등학생 100명이 단체전에서 맞붙었다. 체급 제한, 남녀 구별 없이 학생선수, 일반학생끼리 붙어, 5전3선승제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 6학년 형님이 3학년 동생을 번쩍 들어올리는 장면에선 안타까움의 탄식이, 여학생이 남학생을, 저학년이 고학년을 쓰러뜨리는 반전엔 뜨거운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4강에 오른 제주도 '초등 씨름왕' 6학년 (홍)보민이는 "김민재 같은 천하장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청스한을 통해 친구들과 추억을 쌓게 돼 기쁘다"면서 "친구들에게 경기 전 긴장하지 말고 자기 것만 하면 된다고 얘기해줬다"고 했다. 같은 반 (이)한준이는 "보민이가 씨름하는 걸 직접 보니 멋지고 자랑스럽다. 한팀이라 든든했다"며 웃었다. 3학년 막내 (강)지우는 "보민이형은 학교에서 유명하다. 같이 씨름하니 즐거웠다. 씨름을 꼐속 배우고 싶다"고 했다. 여학생 참가자인 4학년 고주연은 "아빠와 TV로 씨름을 봤는데 보는 것보다 하는 것이 어렵다. 샅바를 오늘 처음 잡아봤다. 재미있다"며 미소 지었다.
김준수 한림초 체육부장 교사가 이끄는 한림초는 3~6학년 10개팀, 50명이 최다출전했다. 김 교사는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 체력도 떨어지고, 개인주의도 커졌다. 예절과 인성을 중시하고 서로 몸을 부대끼며, 패자를 일으켜주는 법을 배우는 씨름이야말로 이를 극복할 해법"이라고 했다. "씨름하는 학교가 줄어들고 있어 아쉽지만 부모님들로부터 아이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다. '청스한' 같은 대회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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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