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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하늘 아래 태극기 휘날리는 상상" 파리패럴림픽 답사 다녀온 박종철 촌장의 각오[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10-10 14:27 | 최종수정 2022-10-11 07:08


9월 말 파리2024 조직위 초청으로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박종철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장이 2년 후 파리패럴림픽 폐회식이 열릴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AFP연합뉴스

파리2024 조직위원회가 지난달 28~30일(한국시각), 각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NOC·NPC)를 대상으로 2박3일의 '웰컴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2024년 파리패럴림픽은 파리올림픽(2024년 7월26일~8월11일)이 끝난 그 자리에서 8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열린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의 조국이자 1900년, 1924년 두 차례 올림픽을 개최한 파리가 2024년, 100년 만에 올림픽을 개최한다. 하계올림픽은 세 번째지만, 하계패럴림픽은 처음이다. 런던패럴림픽이 그러했듯 파리가 써내려 갈, 새로운 패럴림픽 역사에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파리2024' 조직위원회의 웰컴데이 행사가 열렸다. 파리 인근 생드니 본부에서 열린 올림픽·패럴림픽 프리젠테이션에 전세계 48개 NOC, 30개 NPC에서 날아온 146명의 대표들과 200여 명의 관계자들이 비대면으로 참여했다. '파리2024' 준비과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주요 경기장, 선수촌, 훈련장을 답사해 꼼꼼히 점검했다. 10월 초, 경기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 집무실에서 파리 출장을 마치고 막 돌아온 '패럴림픽 레전드' 박종철 선수촌장을 만났다. 미리 보는 '2024 파리패럴림픽'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선수촌 공사중


"패럴림픽-올림픽 하나 된 일체감, 기대된다"

"파리2024는 역대 그 어떤 대회보다 패럴림픽과 올림픽의 일체감이 느껴져 좋았다." 파리 현장답사 소감을 묻는 첫 질문에 박 촌장은 이렇게 답했다. '파리2024'는 올림픽, 패럴림픽을 포괄하는 단어이고, 올림픽, 패럴림픽의 엠블럼도, 슬로건도 하나다. 똑같은 금빛 엠블럼 아래 '오륜' '아지토스' 로고로 올림픽, 패럴림픽을 구분했을 뿐이다. 슬로건은 '활짝 열린 대회(Ouvrons Grand les Jeux·Games Wide Open)'. 장애, 비장애, 남성, 여성, 지역, 인종, 종교 등 세상의 모든 편견, 모든 벽을 허무는 '활짝 열린 대회'를 표방했다. 기존의 구태의연한 틀과 관행을 모두 깨뜨리고, 새로운 종목, 새로운 도전, 차별도 장벽도 없는,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담대한 대회를 선언했다. 개막이 2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 박 촌장은 "올림픽에 패럴림픽을 끼워넣는 개념이 아닌, 동등하게 자연스럽게 함께 한다는 느낌이었다. 도쿄패럴림픽 폐회식 티저 영상에서 받았던 기대감을 그대로 다시 느끼고 왔다"며 미소지었다.

박 촌장은 첫 날 전지훈련 후보지인 파리 인근 낭테르대학을 살펴본 후 28일부터 빡빡한 경기장 답사 일정을 수행했다. 파리2024 조직위는 일찌감치 '스타디움 개회식'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상 첫 야외 개회식을 기획했다. 올림픽 개회식의 경우, 센강에서 선수단이 보트를 타고 입장한다. 패럴림픽 개회식은 파리의 심장, 콩코르드광장에서 열린다. 세계 시민과 소통하는, 활짝 열린 '광장' 개회식이다. 파리2024 조직위는 90만 유로(약 12억원)를 투입, 콩코르드광장 개보수에 돌입했다. 올림픽 때 스케이트보드, 브레이크댄스, BMX, 3대3 농구가 펼쳐진 그 자리에서 패럴림픽 개회식이 열릴 예정. 파리가 자랑하는 문화유산, 랜드마크를 활용한 '저예산, 고효율' 베뉴(경기장) 정책은 패럴림픽도 동일하다. 휠체어펜싱과 태권도는 그랑팔레, 양궁은 앵발리드, 승마는 베르사유궁전, 시각축구는 에펠탑 아래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프랑스오픈(롤랑가로스)의 성지, 필립 샤르티에 코트에선 휠체어테니스, 좌식배구가 예정돼 있다.

박 촌장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전 성지이자 패럴림픽 폐회식이 열릴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와 현재 공사가 한창인 선수촌, 필립 샤르티에 코트, 베르사유 경기장 등을 두루 살폈다. 생드니 조직위에서 개최한 프레젠테이션에서 대회 전반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이웃 NPC 관계자들과 정보도 나눴다. 3박4일의 빡빡한 일정 속에 유대종 주프랑스 한국대사, 주성희 한국관광공사 파리지사장,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실무자를 잇달아 만나 패럴림픽 현장에서 운영할 '코리아하우스' 콘텐츠, K컬처와 K스포츠의 시너지를 위한 협업 방법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아름다운 파리의 하늘 아래, 태극기 휘날리는 상상"

박 촌장은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패럴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레전드다. 파리패럴림픽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온 후 대한민국 대표팀 '총감독'으로서 목표 의식은 더욱 또렷해졌다. 그는 "도쿄, 베이징패럴림픽에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모두가 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파리2024를 앞두고 전문체육 발전을 위해 차등 지원 시스템 도입을 발표했다. 국가대표 개인별 성적을 점수화해 S-A-B 그룹으로 나눠 지원을 달리 한다는 것. 박 촌장은 "전문체육에 있어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내년부터 개편되는 훈련체계가 잘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스포츠과학 밀착지원 시스템도 갖출 것이다. 고지대 적응 훈련을 위한 저산소실도 만들었다. 장애유형, 등급, 종목 특성에 맞게 촘촘한 '맞춤형'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당장 2년 후 파리는 과정이지만, 우리가 가진 최대치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탁구, 배드민턴 등을 주시하고 있다. 배드민턴의 유수영, 정겨울 등은 어리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이들을 성장시키고, 집중지원하면서 '이기는 습관'을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파리패럴림픽을 2년 앞둔 시점, '레전드의 조언'을 요청하자 박 촌장은 "실력이 중요하다. 운도 실력이 받쳐줄 때 따라오는 것"이라고 전제한 후 "무엇보다 선수는 '기'가 살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반드시 이겨내고 말겠다는 각오와 승부욕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배 선수들에게 '파리 이미지 트레이닝'을 제안했다. "파리에서 열리는 첫 하계패럴림픽이다. '파리'하면 떠오르는 로망도 있다. 파리 답사 현장에서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 '파리의 하늘 아래(Sous le ciel de Paris)'를 들으며 '에펠탑에 태극기를 휘날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다. 선수들에게도 이미지 트레이닝이 정말 중요하다. '에펠탑에 태극기를 휘날리고, 애국가를 울리는 그날'을 함께 상상하면서 반드시 현실로 이뤄내길 희망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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