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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안재현의 분투" 韓탁구,'세계2위'독일에 석패...14년만의 결승행 불발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10-08 15:54


사진출처=WTT

'한국 탁구 레전드' 주세혁 감독이 이끄는 '브랜드뉴' 대한민국 남자탁구대표팀이 14년 만의 세계선수권 결승행을 아깝게 놓쳤다.

주세혁호는 8일 낮 12시(한국시각) 중국 청두 하이테크놀로지 존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단체전) 4강에서 '세계 2위 강호' 독일에 매치스코어 2대3으로 패했다.

제1단식 '주장'이자 '톱랭커'인 장우진(세계 17위)과 '독일 왼손 에이스' 베네딕트 두다(세계 36위)가 맞붙었다. 장우진은 1게임에서 강력한 포어드라이브 앞세워 랠리 승리를 이어가며 5-1까지 앞서갔지만 두다의 백핸드 역시 만만치 않았다. 7-7 동점을 허용한 후 8-10으로 게임포인트를 내줬지만 장우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채롭고 예리한 서브와 영리한 3구 공략으로 위기를 이겨내며 12-10으로 첫 게임을 따왔다. 그러나 2-3-4게임을 접전 끝에 잇달아 7-11로 내주며 게임스코어 1-3으로 첫 매치를 내줬다.


사진출처=WTT
그러나 에이스 옆에 에이스, 제2단식에서 대한민국은 보란 듯이 반전에 성공했다. '2019년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개인전 3위' 안재현(세계 47위)과 '중국계 독일 톱랭커' 당치우(세계 9위)가 붙었다. '1999년생 영건' 안재현은 큰 무대에서 담대하고 영리했다. '세계 톱10' 이면타법을 구사하는 중국형 펜홀더, '유럽선수권 우승자' 당치우와의 랠리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3-4에서 치열한 랠리를 동점 포인트로 연결하며 기세를 올렸고, 이후 4-4, 5-5, 6-6, 팽팽한 스코어가 이어졌다. 기어이 서브포인트로 8-6으로 앞서더니 11-7로 첫 게임을 가져왔다. 안재현은 2게임에서도 파워, 정신, 지략에서 한치도 밀리지 않았다.1-3에서 단단한 리시브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당치우가 6-4으로 2점 앞서던 상황에서 넘어진 후 치료를 받았고, 안재현은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6-6까지 따라붙으며 포효했고, 강한 서브로 8-7 역전까지 이뤄냈다. 듀스게임, 10-10에선 엣지의 행운까지 따랐다. 12-10으로 2게임도 가져왔다. 주세혁 감독은 기세등등한 안재현에게 "너 생각대로 해. 좋아좋아"라며 절대 신뢰를 표했다. 3게임을 6-11로 내준 후 4게임, 3-3에서 백핸드 랠리를 이겨내며 4-3으로 앞섰다. 전광석화같은 포어드라이브가 이어지며 5-3으로 앞서자, 독일 벤치가 타임아웃을 외쳤다. 이후 5-6으로 뒤진 상황, 안재현은 영리한 서브 한방으로 6-6 동점을 가져온 후 상대 실책을 이끌며 7-6으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7-7 다시 동점, 서브게임을 놓치지 않으며 9-7로 앞서나갔다. 랠리를 이겨내며 11-8, 게임스코어 3대1로 2단식을 가져왔다.

제3단식 '왼손 에이스' 조승민(삼성생명, 세계 65위)과 '2002년생 신성' 케이 슈톰퍼(세계 103위)가 맞붙었다. 1게임 강력한 포어드라이브로 6-1까지 앞섰고, 11-6으로 가볍게 승리했다. 그러나 2게임 슈톰퍼의 백핸드가 살아나며 4-11로 내줬다. 3게임을 11-5로 따냈지만 다시 4게임을 9-11로 내줬다. 마지막 5게임은 전쟁이었다. 슈톰퍼가 치열하게 따라붙는 가운데, 5-5, 6-6, 7-7 타이가 이어졌다. 7-8로 1점을 내준 시점, 주세혁 감독이 타임아웃을 불렀다. "자, 이제 뭐할 거야?"라며 절체절명의 시점에, 스스로 생각하는 탁구를 일깨웠다. 작전타임 직후 조승민이 내리 3점을 따내며 11-8, 게임스코어 3대2 승리, 매치스코어 2-1 역전에 성공했다. 조승민 특유의 환한 미소가 돌아왔다.

제4단식은 '톱랭커' 장우진과 당치우가 맞붙었다. 1게임 3-6으로 밀렸지만 6-6으로 따라붙었다. 10-10, 11-11, 12-12까지 이어진 피말리는 듀스게임을 12-14로 내줬다. 2게임도 7-11로 내준 후 3게임 4-8까지 밀렸으나 장우진이 막판 가벼운 몸놀림으로 9-8 역전에 성공했다. 듀스 접전 끝에 13-11로 가져왔다. 하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 4게임을 6-11로 내주며 승부는 결국 최종 5게임으로 넘어갔다.

제5단식 '이날의 히어로' 안재현이 1m90을 넘는 장신의 왼손 공격수 두다와 맞붙었다. 1게임부터 접전이었다. 수차례 타이 끝에 1게임을 9-11로 내줬다. 2게임 6-11로 내줬다. 3게임 심기일전한 안재현이 4-1, 6-2로 앞서나갔다. 두다가 7-6, 8-7까지 따라붙었지만 안재현은 영리한 경기운영으로 11-8로 승리했다. 안재현은 눈부신 드라이브와 탄탄한 수비, 영리한 경기운영으로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맞섰지만4게임을 6-11으로 내주며 게임스코어 1대3으로 패했다.

한국은 3시간 50분에 달하는 풀매치 대접전 끝에 결승행의 꿈을 놓쳤다. 한국은 전날 난적 홍콩을 매치스코어 3대1로 돌려세우고 3연속 4강, 동메달을 확보한 상황에서 이날 독일과 마주했다. 직전 4년 전 2018년 할름스타드 대회서도 독일에 패하며 결승행을 놓쳤다. 디미트리 옵차로프(세계10위), 파트릭 프란치스카(13위), 티모 볼(15위) 등 베테랑 삼총사 대신 차세대 에이스들이 나선 이번 대회, 대한민국 젊은 에이스들이 2008년 이후 14년 만의 결승행 기회를 간발의 차로 놓쳤다. 그러나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 2024년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안재현, 조대성 등 '영건'들의 눈부신 성장과 가능성을 재확인한, 희망의 4강전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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