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장애인역도대표팀 감독, 국가대표 캡틴 최근진과 에이스 이현정.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우리 후배들이 역도 강국의 자부심을 갖고 경기에 임해줬으면 좋겠다. 16년만의 '안방' 국제대회를 온전히 즐겨줬으면 좋겠다."
박종철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장은 14일 경기도 평택에서 개막하는 2022년 평택세계역도 아시아·오세아니아오픈선수권을 앞두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1996년 애틀란타,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역도 2연패에 빛나는 '레전드 촌장님'은 후배들의 활약을 진심을 다해 응원했다. 박 촌장을 비롯한 장애인 역도인과 '역도의 메카' 평택시는 국내서 실로 오랜만에 개최하게 된 대회, 주최국의 자존심을 걸었다. 개막을 일주일 여 앞두고 찾은 이천선수촌 역도장, 훈련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사진 촬영 때의 웃음기는 어느덧 가시고 묘한 전운이 감돌았다. 남녀 2인1조, 짝을 맞춰 "하낫둘!" 서로 구령을 외쳐주며 쉴새없이 '으랏차차' 바벨을 들어올렸다.
박훈 장애인역도 대표팀 감독.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박훈 장애인역도 국가대표팀 감독, 강민숙 코치, 이진승 코치, 변재영 트레이너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16년만의 '안방' 국제역도 대회, 대한민국의 자부심으로…
2006년 부산장애인역도세계선수권 이후 무려 16년만에 안방서 열리는 평택장애인역도아시아선수권은 14~20일 일주일간 평택 안중체육관에서 열린다. 전세계 29개국 373명(선수 264명, 임원 109명)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벤치프레스 종목 남녀 각 10체급 경기와 혼성단체전 3경기로 진행된다. 4년 주기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2022년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과 2024년 파리패럴림픽 출전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대륙 선수권이다.
박 훈 감독(충북장애인체육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녀 역도 대표팀은 남자부 최근진(-54㎏급), 박광열(-65㎏급), 김규호(-80㎏급), 이성구(-107㎏급), 문영배(+107㎏급)와 여자부 김형희(-67㎏급), 정연실(-73㎏급), 황유선(-79㎏급), 양재원(-86㎏급), 이현정(+86㎏급) 등 총 10명이 나선다. 국내서 치러지는 '오픈' 선수권인 만큼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들에게도 자비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런던패럴림픽 동메달리스트 전근배, 도쿄패럴림픽에 도전했던 이영선 등 16명과 신인선수 5명이 출전신청을 했다.
박 감독은 "5월 경기도지사기 대회가 얼마 전 끝나, 선수들의 몸 상태는 85~90%지만 훈련 분위기는 좋다.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모든 선수들이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 때까지 자신의 기록보다 10㎏ 이상 더 드는 것, 2024년 파리패럴림픽에선 2012년 런던 대회 전근배 이후 12년만에 다시 메달을 찾아오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베테랑 최근진이 최근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4kg을 더 들었고, 이현정도 능력 있는 선수다. 김형희도 컨디션이 좋다. 남녀 단체전 메달도 기대한다. 베테랑들이 버텨주는 가운데 막내 이성구, 양재원도 열심히 따라오고 있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고강도 훈련을 감내해줘 고맙다. 역도에서 1㎏가 주는 성취감은 어마어마하다. 이 분위기를 바짝 끌어올려 지도자도 선수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1976년생 리빙레전드 역도 국가대표 최근진이 도쿄패럴림픽의 아쉬움을 떠올리다 왈칵 눈물을 쏟았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 여자역도 간판스타 이현정.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도쿄패럴림픽 노메달 아쉬움 떨친다!
이번 대회, 누구보다 간절한 건 선수 본인이다. '1976년생 맏형'이자 주장, 최근진(충북장애인체육회)은 지난해 도쿄패럴림픽을 떠올리다 왈칵 눈물을 쏟았다. 158㎏의 기록으로 5위에 머물렀다. 마지막 시기 파울을 받고 메달을 놓친 순간은 두고두고 아쉽다. "코로나로 인해 체육관이 문을 닫고, 훈련도 마음껏 못하고 간 패럴림픽에서 100%를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
최근진은 평택 대회를 앞두고 이를 악물었다. 5월 경기도지사기 전국대회에서 보란 듯이 160㎏을 들어올렸다. 맏형의 투혼은 눈부시다. "도쿄패럴림픽 이후 오직 체육관과 집만 오갔다. 마흔을 넘으면서 역도가 더 절실해진다. 아시안게임, 패럴림픽 메달 하나는 꼭 따놓고 은퇴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기록을 올려놓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이현정은 자타공인 여자역도의 간판이다. 12세 때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후 23세 때인 2009년 역도에 입문했다. 2009년 전국장애인체전 금메달을 들어올린 후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장애인아시안게임 2연패 역사를 썼고, 도쿄패럴림픽에선 126㎏, 국제대회 개인 최고기록으로 6위에 올랐다. "훈련이 너무 힘든데도 너무 재미있다"며 반달 눈웃음을 지었다. "힘들 때 옆에서 더 열심히 하는 동료 선수들을 보면 '이 정도는 더해야지' 하는 승부욕이 생긴다. 오늘 하루 해냈다는 성취감이 크다"며 경쟁 속에 공존하는 대표팀 훈련 분위기를 전했다.
2인1조로 짝을 맞춰 훈련중인 최근진과 이현정이 강민숙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역기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평택의 딸' 이현정이 평택세계장애인역도아시아오세아니아오픈선수권 포스터를 펼쳐보이며 팬들의 관심과 응원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현장에 오셔서 많이 응원해주세요"
최근진과 이현정은 인생의 전환점이 된 역도의 매력도 아낌없이 전했다. 이현정은 "일단 밖으로 나오는 게 중요하다. 역도를 하면서 삶도 성격도 밝아지고 목표도 생겼다. 운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됐고, 운전을 배우면서 이젠 어디든 자유롭게 다 갈 수 있다"며 웃었다. 세 살 때 소아마비로 장애인이 된 최근진은 탁구를 하다 서른 살 때 역도를 시작했다.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에게 역도는 코어 단련을 통해 몸의 균형을 잡고 근력과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역도는 밸런스가 중요한, 모든 운동의 기초종목이다. 일단 이 종목을 거치면 무슨 종목을 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며 역도 예찬론을 펼쳤다.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충북 역도 10연패 위업을 쓴 박 훈 감독은 "최근진은 충북에서 무려 24개의 한국신기록을 세우고 3관왕을 9연패한 위대한 선수다. 비장애인선수였다면 엄청난 스포트라이트와 억대 연봉을 받았을 레전드"라고 소개했다. 평택아시아선수권을 계기로 장애인역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길 희망했다.
최근진은 "16일 오전 10시 제 경기가 시작된다. 많은 국민들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고, 어린 선수들이 저를 보고 역도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역도 메카' 경기도장애인체육회, 평택시청 소속 '평택의 딸' 이현정도 초대장을 띄웠다. "제 경기는 17일이다. 경기장에 관중이 많을수록 힘이 난다. 현장에서 보는 역도는 정말 재미있다. 역도의 재미도 느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