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TV 62시간, 한국TV 18시간' 평창패럴림픽 개최국 중계 실화?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3-07 05:25


그래픽=

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평창패럴림픽의 성공이 올림픽의 완성이다."

평창동계패럴림픽 100일 전부터 정부와 평창조직위가 한목소리로 강조해온, 일관된 모토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면서 9일 개막할 평창패럴림픽을 향한 국민적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비용, 시간, 날씨 등 이런저런 이유로 평창올림픽 현장을 찾지 못한 이들은 '봄날' 평창패럴림픽 나들이를 계획중이다. 패럴림픽은 자녀들에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울림, 차별과 편견 없는 사회, 도전과 용기, 스포츠의 가치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값진 교육 현장이다. 올림픽 열기에 힘입어 패럴림픽 온라인 티켓은 일찌감치 동났다. 지난 5일 티켓 잔여분에 대한 온라인 판매 사이트가 오픈하기 무섭게 주요 경기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이제 평창으로 갈 수 없는 이들이 '패럴림픽'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TV 중계다.

평창올림픽 열기가 뜨겁던 지난달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패럴림픽 방송사 중계를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올림픽은 지상파 방송 3사 모두 중계하지만 패럴림픽은 중계조차 안한다는 것 자체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창올림픽의 완성이어야 할 패럴림픽, TV 중계는 어떻게 될까.

6일 취재 결과 지상파 3사는 개·폐회식을 중계하지만 경기 생중계를 챙겨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영방송 KBS는 평창패럴림픽에 총 18시간 20분을 편성했다. 10일 장애인아이스하키 한·일전(오후 3시30분~5시50분), 12일 스노보드(오후 3~5시), 15일 휠체어컬링 중국전(오후 2시30분~5시) 등 기간 내 7경기 생중계가 잡혀 있다. MBC는 총 17시간 55분을 편성했다. 13일 장애인아이스하키 미국전(오전 11시55분~오후 2시), 15일 알파인스키 여자회전 (양재림 출전, 오후 12시20분~1시35분), 16일 바이애슬론 남자 15km 경기(신의현-이정민 등 출전, 오전 9시45분~12시) 등 4경기 생중계를 편성했다. SBS의 경우 총 편성시간 17시간 46분, 현재 편성된 생중계는 단 3회, 6시간8분이다. 13일 바이애슬론(신의현 출전, 오후 9시 55분~11시53분), 14일 휠체어컬링 예선 노르웨이전(오후 2~5시), 15일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 2차시기(양재림 출전, 오후 12시25분~오후 1시33분) 등이다. 생중계는 신의현, 양재림 등 메달 후보들과 휠체어컬링, 장애인아이스하키 일부 경기에 편중됐고 당일 경기 하이라이트와 녹화 방송은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곤히 잠든 새벽 1~2시에 편중됐다.

자본의 논리, 시장의 논리로는 설득불가다. 결국 무엇이 가치있는 일인가,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과 판단, 가치와 비전의 문제다. 이와 관련 장애인체육 관계자는 "4년 전 소치올림픽, 2년 전 리우올림픽에 비하면 생중계가 잡힌 것만도 엄청난 변화"라고 애써 위로했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자국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이다. 냉정하게 봐도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이웃 스포츠 선진국들과의 비교는 더욱 뼈아프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평창패럴림픽 경기 및 관련 콘텐츠에 총 62시간을 편성했다. 4년 전 소치올림픽 때 30시간38분에서 무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 1월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NHK는 평창패럴림픽의 경기를 거의 매일 생중계로 방송할 것이다. NHK가 동계올림픽에서 이런 시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발표했다. 매일 오후 알파인스키,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등 일본 선수들의 메달 획득이 유력한 종목을 생중계하고 매일 밤 10시 '패럴림픽 타임' 프로그램을 통해 경기 결과와 메달리스트 인터뷰를 소개한다. 단순한 양적 팽창이 아니다. 질적 향상은 당연하다. '모두를 위한 방송(Broadcasts for everyone)'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모든 중계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청각방송,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방송을 함께 내보냄으로써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장벽 없는' 방송을 목표 삼았다.

영국의 채널4는 일찌감치 '100시간 방송'을 편성했다. 앵커 클레어 볼딩이 런던-리우패럴림픽 남자육상 100m 2연패에 빛나는 '슈퍼스타' 조니 피코크와 나란히 진행자로 나선다. 소치패럴림픽 시각장애 알파인스키에서 가이드로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건 샤를로트 에반스, 은메달·동메달을 따낸 제이드 에더링턴 등은 직접 중계와 해설에 나선다. 채널4는 평창에 '스노우 센터' 특설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중계 및 해설진 60% 이상을 장애인 전문가들로 채웠다. 패럴림피언들의 전문성을 극대화해, 동료들의 도전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NBC 역시 소치올림픽의 2배에 해당하는 94시간 역대 최장 편성을 확정했다. 팀USA 및 NBC홈페이지, 모바일앱 등을 통한 중계시간을 모두 합치면 250시간이 넘는다. 개리 젠켈 NBC올림픽 채널 사장은 "단언컨대 패럴림픽보다 우리에게 더 큰 영감을 주는 세계적인 이벤트는 없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포착해 전해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특권"이라고 했다.

평창패럴림픽은 우리 안의 진정한 영웅을 만날 기회이자 장애인과 장애인체육, '다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기회다. 채널과 콘텐츠의 홍수 속에 '자국 패럴림픽'의 중요성을 입으로만 외칠 뿐 현실은 따르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 인식 부재가 안타까운 이유다.

지난 2일 평창패럴림픽 출정식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이례적으로 참석,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을 격려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30년 전 서울패럴림픽은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크게 바꿔놨습니다. 저는 이번 평창패럴림픽도 장애와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중략) 장애인은 도움 받는 사람들이라는 편견이 깨지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 함께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자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장애인 스포츠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모범이 되는 나라로 만들고 싶습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평창패럴림픽 국내 지상파 3사 및 해외 방송사 편성시간 비교

KBS=18시간 20분

MBC=17시간55분

SBS=17시간46분

중국 CCTV=40시간

독일 ZDF+ARD=60시간

일본 NHK=62시간

미국 NBC=94시간

프랑스텔레비전=100시간

영국 채널4=100시간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