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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사상 첫 남북단일팀의 첫 성적표는 대패였다.
새해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확정됐다. 선수단과 응원단 파견, 공동입장 등이 결정된 가운데, 단일팀에 관한 발표는 없었다. 하지만 1월12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18년 국가대표 훈련개시식에 참석한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지난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등을 북한에 제안을 해놓은 상태"라고 밝히며 단일팀 결성 추진이 세상에 밝혀졌다.
정부의 결정에 찬반 논란이 이어졌다.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북한 선수들이 합류할 경우, 그간 올림픽만 바라보고 땀흘려 준비한 우리 선수들이 피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러 머리 감독 역시 "올림픽 임박한 시점에서 단일팀 논의가 나온다는 점은 충격적"이라며 반대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단일팀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확고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신년 기자단 오찬에서 "여자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도 받아들이는 것으로 들었다"는 말로 역풍을 맞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여자 아이스하키 션수들을 만나는 등 단일팀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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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감독이 나섰다. SNS 프로필 사진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자,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예상치 못한 북한 선수들의 합류로 새롭게 라인을 짜야 하는 머리 감독은 "감독으로서 최고의 선수들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도 그럴 생각 없다. 전략은 감독이 할 수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은 감정싸움 할 때가 아니다"고 앞만 보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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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갭다 북한 선수들의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전술 적응력도 높았다. 머리 감독은 당초 4라인에 북한 선수 3명을 배치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4라인에 북한 선수들을 고루 배치하는 결단을 내렸다. 힘과 공격력이 좋은 북한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살림과 동시에 팀의 응집력을 키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단일팀은 4일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첫 선을 보였다. 훈련 시작 일주일만이었다. "팀코리아"를 함께 외치고 경기에 나선 단일팀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스웨덴에 1대3 석패했다. 우려했던 조직력 문제는 없었다. 북한 선수 기용 문제 해법도 찾았다.
경기를 마친 후 곧바로 결전지인 강릉으로 넘어온 단일팀은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머리 감독은 때로는 인터뷰 금지, 때로는 하루 세차례 훈련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필요하면 휴식도 줬다. 8일에는 다 함께 경포대로 나가 기분전환을 했다. 선수들은 팀 분위기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9일 마지막 훈련을 마친 머리 감독은 "정치가 아닌 승리하기 위해 왔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단일팀은 이렇게 10일 스위스와의 역사적인 첫 경기를 치렀다. 단일팀의 힘찬 발길은 이제 시작이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