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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피플]영화 같은 토비 도슨 감독의 삶, '위대한 여정' 따라 평창에 선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2-04 00:02 | 최종수정 2018-02-0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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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은 내게 위대한 여정이다."

토비 도슨 프리스타일스키 대표팀 감독의 40년 인생은 한 단어로 표현된다. '영화.' 그만큼 극적이다.

부산 범일동의 한 시장에서 고아가 된 도슨 감독의 본명은 김봉석. 그 때 그의 나이는 2세. 보육원에 맡겨지면서 새 이름을 가졌다. 김수철. 부모님을 잃고 김봉석에서 김수철로 살게 된 도슨 감독. 3세가 되니 또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1982년 미국으로 입양됐다. 미국 콜로라도주 베일의 스키 강사 부부가 그의 새 부모였다. 스키와의 첫 만남이었다.

피부색과 외모가 다르다며 놀림 받던 어린 도슨 감독의 유일한 친구는 스키였다. 체조학교에 다니기도 했던 도슨 감독은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을 정도로 또래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상처 받고 힘들 수록 스키에 매진했다. 그런 시간이 쌓여 도슨 감독은 1998년 미국 국가대표가 됐다. 2003년 국제스키연맹(FIS) 디어벨리프리스타일세계선수권 모굴, 듀얼모굴에서 각각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2005년 FIS 루카프리스타일세계선수권 듀얼모굴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2006년 토리노올림픽 모굴 동메달을 손에 넣으며 세계적인 프리스타일 스타로 발돋움했다. 도슨 감독은 한국계 선수 최초로 미국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2007년 친부 김재수 씨(왼쪽)와 극적으로 상봉한 토비 도슨 감독. 스포츠조선DB
도슨 감독의 이야기가 국내에도 알려지면서 그의 인생엔 또 한 번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친부를 만났다. 도슨 감독의 유명세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친부를 자처하고 나서 혼란이 일기도 했지만, 도슨 감독은 출전 예정이던 대회도 불참해가며 자신의 핏줄을 찾았다. 2007년 유전자 검사를 거쳐 부산 거주중이던 시외버스 운전기사 김재수 씨가 도슨 감독의 친부로 확인됐다.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나를 잃어버렸고, 또 왜 그 동안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당시 도슨 감독이 했던 말이다.

이후 부산광역시 명예시민(2007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홍보대사(2011년)가 되면서 한국과 접점을 키워오던 도슨 감독은 2012년 한국 프리스타일스키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프리스타일스키 불모지였던 한국에 도슨 감독은 열정의 씨앗을 뿌렸다. 인내와 인고의 시간. 그렇게 6년의 시간이 흘렀다. 2018년. 평창올림픽의 해다.

많은 게 변했다. 6년 전 뿌린 씨앗이 제법 잘 컸다. 최재우는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평창올림픽 메달권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서씨 삼남매' 서정화 서명준 서지원의 기량도 나날이 늘고 있다. 도슨 감독의 지도 아래 한국 프리스타일스키는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지난 2일 강원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평창올림픽은 내게 위대한 여정이다."



도슨 감독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선수로 올림픽 메달을 따고, 내가 태어난 나라의 감독으로 우리 선수들과 또 한 번 메달을 바라보고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에게 새 기술, 더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요구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다.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면 올림픽서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9일 도슨 감독이 평창에 선다. 이날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올림픽 모굴 예선이 열린다. 도슨 감독은 "평창올림픽은 다른 분들이 걱정하는 것 보단 더 수월한 대회가 될 수도 있다"며 "선수들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해 노력하고 있고, 그 동안 많은 대회 경험도 쌓았다. 나 역시 선수들이 베스트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위대한 여정'을 따라 평창에 서는 도슨 감독. 6년 간 준비해온 그의 새 영화가 곧 상영된다.


횡성=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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