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올림픽 레슬링 영웅' 고(故) 김원기 전 함평군청 명예감독이 평생 사랑하던 레슬링 선후배들의 눈물 속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31일 오전 8시, 서울 양천구 목동 평광교회 본당에서는 고 김 감독의 장례예배가 대한레슬링협회장으로 치러졌다. 1984년 LA올림픽 레슬링 62kg급 금메달리스트인 김 감독은 27일 치악산 산행 중 심정지로 별세했다. 향년 55세.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양정모 이후 한국 레슬링 사상 두 번째 금메달을 따낸 스포츠 영웅의 갑작스러운 비보였다. 이정욱 대한레슬링협회장을 비롯한 협회 임직원, 박장순 레슬링 국가대표팀 총감독, 정지현, 김현우, 류한수 등 남녀 국가대표 후배 100여 명이 이른 아침 예배당을 가득 메웠다. '올림픽 금메달' 대선배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조성욱 목사의 '천국에서 만납시다' 설교에 이어 이정욱 회장과 평소 고인과 신앙생활을 함께했던 조용호 집사의 조사가 이어졌다. 늘 웃는 낯, 해맑은 동심으로 이웃의 그늘을 살뜰히 살폈던 고인의 일생을 추모했다. 예배 내내 흐느낌이 끊이지 않았다.
슬하에 자녀가 없었던 고 김 감독은 꿈나무 선수와 어린이들을 유독 아꼈다. "안녕, 뽀뽀뽀 친구들"이라는 따뜻한 인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어린이, 후배들을 만나면 유쾌한 '뽀뽀뽀 아저씨'로 변신했다. 전남 함평 출신인 김 감독은 레슬링 권투 유망주들을 양아들 삼아 후원하고 키워냈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을 평생 아끼고 돌봤다. 1998년 '전라남도 내 고장 인재 키우기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강래구씨가 그의 장남이다. 아들이 따온 전국체전 레슬링 금메달을 자신의 금메달보다 기뻐했다.
은퇴 후 17년간 대기업 보험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평범한 사회인의 삶을 경험한 후 보증을 잘못 서며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체육인의 뚝심으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2010년부터 엔에스 하이텍 대표이사로 일하는 한편, 스포츠 스타들의 자원봉사단체 '함께하는 사람들'을 통해 복싱 챔피언 장정구, 육상영웅 이진택, 마라톤 영웅 황영조 등과 함께 전국을 돌며, 불우한 환경의 이웃, 무의탁 노인, 어린이들을 위한 짜장면 나눔 봉사, 멘토링 강연 등 활동을 이어왔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장남 강래구, 차남 정현우, 삼남 정 민, 딸 송지예 등 살아생전 고인이 아끼던 자녀들이 눈물로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혹독한 매트 훈련으로 귀가 둥글게 닳은 레슬링 선후배들이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30분 가까이 헌화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쏟아지는 빗속에 운구 행렬이 시작됐다. 체육인의 자부심으로 국민에게 받은 사랑을 되갚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헌신한 '레슬링 영웅' '뽀뽀뽀 아저씨'가 우리 곁을 떠났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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