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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과 둘째 아들 재혁. 성남=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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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를 위해 약속한 그 날, 신태용 감독은 둘째 아들과 함께 나타났다.
20세 이하(U-20) 월드컵대표팀을 지휘하는 신 감독은 '축구 삼부자'로 유명하다. 장남 재원(19)이는 올 해 울산 학성고를 졸업, 고려대에 진학한다. 둘째 재혁(16)이는 호주의 신태용 축구학교에서 국가대표 꿈을 키우고 있다. 하나도 아닌 두 아들 모두 대를 이어 '축구 가업'을 잇고 있다.
'삼부자'는 허물없이 친구처럼 지낸다. 신 감독은 소문난 '싱글 골퍼'다. 현역 시절 회복훈련으로 시작한 골프, 어느덧 고수가 됐다. 두 아들도 함께 취미를 즐긴다. 혈기왕성한 나이라 드라이버 거리는 아버지를 능가한다. 인터뷰 전날에도 '삼부자'에 신 감독의 아내이자 두 아들의 어머니가 가세해 '가족 친선 스크린 골프'를 쳤다. 물론 조그마한 '내기'도 했고,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둘째가 '싹쓸이' 했다고 한다. 신 감독은 "온 가족이 종종 필드로 나가 동반 라운드를 한다. 그래도 필드에선 내가 제일 잘 친다"고 하자, 둘째는 "아니다. 엄마가 더 잘 친다"며 응수했다.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들의 공통부모는 역시 축구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하지만 아빠 때문에 손해 볼 때도 있다. 장남 재원이는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동갑내기다. 16세 이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해 함께 출전했다. 고교무대에서 지난 1년간 4차례나 득점왕을 차지한 될성부른 떡잎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대표팀 감독이라 아들은 예비명단에서 제외됐다. 신 감독은 "첫째는 이번 대표팀 예비 명단에 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 때문에 선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삐쳐있는 것 같다"고 말한 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둘째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그라운드의 여우'인 신 감독의 '꾀'는 첫째보다 둘째가 더 닮았다는 평가도 있다. 신 감독도 옆에 있는 둘째를 의식한 탓인지 "내가 보기에는 둘째가 더 소질이 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솔직히 난 축구선수로 키운 적이 없다. 그냥 놀아주기만 했을 뿐이다. 난 정말 재미있게 잘 놀아주는 아빠"라며 '친절'하게 부연 설명했다. 둘째가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축구 선수' 재혁이는 그래도 롤모델이 아빠, '신태용'이다. 그는 "아빠가 재미있고, 잘 놀아주는 것은 맞다. 축구를 하는 것을 본 적도 없고, 보여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아빠보다 더 큰 선수가 되고 싶다. 내가 올라갈 수 있는 최대한의 곳을 올라가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축구에 대한 이야기 꽃이 끊이지 않는 '삼부자'는 진정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성남=글·김성원 기자, 사진·임정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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