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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한국 여자 조정의 에이스 지유진(26·화천군청)은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흘리고 또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결국 아시아의 조정 여자 경량급 싱글스컬 여왕으로 등극했다. 지유진은 25일 충주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벌어진 대회 결선에서 8분1초00의 기록으로 가장 빨리 물살을 갈랐다. 세 번째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지유진은 "생애 첫 국제대회였던 2006년 도하 대회 때는 세 달 전에 대표팀에 들어가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었다"며 "당시 경기를 뛰고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지유진은 화천중 1학년 때 조정 선수가 됐다. 당시 또래보다 큰 키(1m68)를 눈여겨 본 박희재 체육교사의 권유로 노를 잡았다. 혹독한 대가가 따랐다. 또래들이 사는 평범한 삶을 포기해야 했다. 그는 "고3 때 국가대표가 됐다. 9년간 조정만 했다. 다른 것도 해보고 싶었다. 수업도 받고, 친구도 사귀고 캠퍼스 생활도 하고 싶었다. 유혹에 마음이 흔들리던 시기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지유진은 이날 은메달을 따낸 홍콩의 리카만(28·8분6초60)과 2006년 도하 대회 때부터 친구가 됐다. SNS로 연락하다 국제대회에서 만나면 반갑게 얘기를 나눈다. 지유진은 "리카만이 어느 구간에서 지치고, 페이스를 잡는지를 알고 있었다"면서 "아시안컵 당시 완패를 당한 것이 약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아시아의 강자가 된 지유진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다음달 28일부터 제주에서 벌어지는 전국체전에서 한국의 여자 조정 전체 1등이 되는 것이다. 지유진은 "전국체전에는 경량급이 없어 중량급에 출전하게 된다. 몸무게가 15㎏이나 차이가 나지만, 중량급 선수들을 모두 꺾고 대한민국 1등을 차지하고 싶다"고 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