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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어머니의 눈물, "(사)재혁아, 넌 이미 자랑스러운 아들이야"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9-23 16:24 | 최종수정 2014-09-24 06:20


지난 5월 친척 결혼식에서 어머니 김선이씨와 기념 사진을 찍은 사재혁.
사진제공=사재혁 어머니 김선이씨

"대회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넌 자랑스러운 아들이야."

'오뚝이 역사' 사재혁(29·제주도청)의 어머니 김선이씨는 아들에게 경기를 보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24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역도경기가 열리는 달빛축제정원 역도경기장을 찾기로 했다. 아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부모가 경기장을 찾는건 흔한 일이지만 선수들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 어떤 선수들은 부모가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면 부담감에 경기를 그르치기도 한다. 사재혁은 정반대다. 어머니가 지켜봐야 힘이 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사재혁.
사재혁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역도 77㎏급에서 인상 163㎏·용상 203㎏·합계 366㎏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깜짝 스타'의 탄생이었다. 2009년 고양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용상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베이징과 고양에서 어머니는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역도 천재' 소리를 들으며 학창시절부터 승승장구한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넉넉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해외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2년 런던올림픽. 어머니는 런던을 찾지 못했다. 아들은 쓰러졌다. 경기 도중 팔꿈치가 탈구됐다. 바벨을 놓지 않고 버틴 투혼이 독이 됐다. 팔이 '덜렁'거렸고 팔꿈치가 탈구되면서 인대가 끊어졌다. 역도인들은 "이제 더이상 바벨을 들지 못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어머니는 "엄마가 런던에 안가서 그랬나보다"라며 아들에게 미안해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7시간동안 대수술을 받았다. 이미 어깨, 무릎, 손목 등에 다섯차례 수술을 받아 팔과 어깨에 큰 흉터가 '훈장'처럼 남아있는 사재혁의 여섯번째 수술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오른손이 됐다. 밥을 떠 먹여주고 일상생활을 도왔다. 당연히 역도는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렇게 아픔을 지우고 있을 즈음, 어머니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재혁이가 혼자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하고 있었다. '바벨을 잡으려고 했는데 팔이 굳어져서 펴지지가 않았다'고 하더라. 그렇게 나한테 알리지도 않고 혼자 7번째 수술을 했다."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2년 전에도 그랬다. 사재혁은 2010년 어깨 수술을 할 때도 홀로 병원을 찾았다. 어머니는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눈물의 시간을 보냈는데, 아들은 이번에도 차가운 수술대에 혼자 올랐다. 더욱 가슴이 아픈 것은 아들이 바벨을 다시 잡았다는 사실이었다. 김씨는 "나랑 재혁이 모두 포기했었다. 나는 런던올림픽 이후에 더이상 (운동)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지금도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말라고 한다. 다치면 안되는데"라며 걱정했다.

그러나 '오뚝이 역사' 사재혁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재기를 꿈꿨다. "'사재혁이 이제 끝났다'는 소리 듣고는 못살겠다. 그동안 나를 도와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운동해야 한다." 결의에 찬 아들의 말에 어머니는 말을 다시 삼켰다. 김씨는 "내 아들이지만 강한 애다. 다칠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선다. 이번에 너무 크게 다쳐 포기할줄 알았는데…, 정말 정신력이 강하다"고 했다.

재기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소속팀이 없어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역기를 다시 든 그는 지난해 7월 실업연맹회장배에서 생애 처음으로 꼴찌도 했다. 그러나 '역도 천재'였다. 단 3개월 후, 전국체전에 출전해 3관왕을 차지하며 긴 재활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도 울지 않았던 모자는 그날 정말 '펑펑' 울었다. 플랫폼 위에서 어머니는 아들을 끌어 안고 눈물을 손으로 닦아 줬다. 김씨는 당시 감정을 떠올리며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재혁이가 정말 힘든시간을 보냈다. 재혁이를 받아주는 팀도 없었다. 힘들게 재활했는데 3관왕을 하니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때보다 더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전국체전에서의 눈물. 인천에서는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 2014년 사재혁은 체급을 85㎏으로 올렸다. 생애 첫 출전하는 아시안게임에서 기적을 꿈꾼다. "힘들다는 걸 알지만 정말 어느 때보다도 금메달을 따내고 싶다." 아들의 바람을 들은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엄마가 경기장에 갈테니깐 다치지만 말고 하던대로 해. 메달을 떠나 마음을 비우고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재기해서 대회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넌 자랑스러운 내 아들이야."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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