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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 수상팀 한 나라가 비어서 주는 것 같긴 한데…."
일단 라오스의 실격 처리에 대한 것은 문제가 없다. 선수촌 복귀를 결정한 라오스의 실수다. 라오스는 오전 11시부터 브루나이와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오후 2시 준결승전이 이어지는 일정을 알고 있었다. 대회 관계자는 "선수촌만큼 편안한 시설은 아니지만, 냉방 시설이 갖춰진 선수 전용 컨테이너 박스 휴게실을 준비해놨는데 왜 선수촌으로 돌아갔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자동차를 이용해 부천체육관에서 선수촌으로 이동하려면 최소 30분이 걸린다.
중요한 건 라오스의 실격 여부가 아니었다. 라오스 관계자는 "그런데 왜 우리 대신 싱가포르가 동메달을 받게 된 건가. 싱가포르는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 팀이다. 이해하기 힘들다. 억울하고 속상하다"고 했다. 세팍타크로는 3~4위 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준결승전에서 패한 두 팀에 모두 동메달을 수여한다. 라오스가 한국전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동메달은 확보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격 여파로 뜬금없이 싱가포르가 동메달을 수상한 것이다.
만약 규정에 따라 동메달 시상을 위해 하위 한 팀을 끌어올려야 한다면, 그렇다고 설명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장에 있던 대회 관계자들은 "우리는 모르겠다"고 했다. 싱가포르 선수단에 직접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우리는 어젯밤에 갑자기 소식을 들었다. 우리도 깜짝 놀랐다. 너무 흥분된다. 그런데 우리가 왜 동메달을 받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였다. 자신들이 왜 동메달을 받게 됐는지도 모르고 시상식을 즐긴 것이다. 때문에 라오스 관계자들은 싱가포르의 동메달 수상에 억울함을 표시한 것이다.
시상 규정을 확인하고자 했지만, 어디서도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대한세팍타크로협회 관계자는 "국제연맹, 아시아연맹 관계자들이 그런 결정을 내렸고, 우리는 시키는 대로 시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수상팀에 결격사유가 생기면 무조건 채우는 규정이 있나'라는 질문에 "그건 정확히 모른다. 상위 연맹 결정에 따르는 것 뿐이다. 동메달 자리가 비었으니 한 팀을 올렸지 않겠느냐"고 어설픈 답변만 늘어놨다. '그렇다면 협회가 이에 대한 문의를 아시아연맹, 국제연맹에 직접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관계자들이 경기 끝난 후 곧장 퇴근을 했다. 유선으로는 연락이 안된다. 또 우리는 정확한 규정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다. 시상 규정도 모르면서 아시안게임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한 팀을 채워야 해 세트 득실 등을 따져 싱가포르가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번 대회 더블 종목은 8개 팀이 참가해 A조, B조 풀리그로 진행됐다. A조 한국-일본-싱가포르-네팔, B조 미얀마-라오스-브루나이-인도네시아로 편성됐다. 전력상 A조는 한국-일본 양강, B조는 미얀마-라오스 양강 체제였다. 그리고 양조 3위는 최약체 네팔, 브루나이를 꺾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였다. 그런데 싱가포르가 운이 좋았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는 나란히 1승2패를 기록했는데, 싱가포르는 4강팀 중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일본전에서 1세트를 땄다. 싱가포르가 브루나이에 세트 스코어 2대0로 이기고 나머지 2경기에서 0대2로 패한 인도네시아에 앞선 것이다.
중요한 건 싱가포르의 메달 획득 여부가 아니다. 문제는, 싱가포르가 왜 동메달을 땄는지에 대해 대회 운영부가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 다른 종목 경기장과 마찬가지로 세팍타크로 경기장도 어수선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선수단과 기념 촬영을 하고, 경기를 구경하느라 바빴다. 기자회견 사회자 겸 영어 통역은 질문을 선수단에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인지 "무조건 한 질문씩만 하라"고 했다.
아시안게임은 동네 체육대회가 아니다.
한편, 한국 남자대표팀은 더블 결승전에서 미얀마에 0대2로 패해 은메달을 땄다.
부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