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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초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서였다. 당시 남자 경보 20㎞의 최강자였던 김동영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경보 50㎞. 국내에서는 그 누구도 밟아보지 않은 미지의 종목이었다. 거리는 20㎞의 2.5배. 지구력까지 갖추어야 했다.
연습생에서 출발했다. 1999년 김동영은 서울시청에 입단했다. 당시 최고 경보선수였던 이대로의 연습 파트너 자격이었다. 연습생이었던 그는 3년간 훈련을 빠뜨리지 않았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경보 20㎞에서 4위를 기록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앞만 보고 걸었다. 타고난 체력도, 체격조건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한번 목표를 정하면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있었다. 성실함도 큰 무기였다. 국내 50㎞ 최강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고달픔의 연속이었다. 2008년 삼성전자 육상단에 입단할 때까지 홀로 훈련하는 신세였다. 코스 양 쪽에 물병을 두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물병을 다 마셔버린 경우도 많았다. 서글펐다. 하지만 올림픽에 대한 열망이 컸다.
런던은 그에게 마지막 무대다. 그의 SNS계정에는 '마지막 은퇴경기. 런던올림픽 11일 오후 5시'라고 적혀있다. 메달 생각은 크지 않다. 함께 나서는 후배 박칠성에게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박칠성의 기를 살려주고 페이스를 조절해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설움과 아쉬움을 풀고 싶은 마음도 있다. 후회없이 걸을 생각이다. 1차 목표는 완주다. 2차 목표는 10위권 내 진입이다. 한국 경고 50㎞의 선구자. 김동영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런던=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