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리듬체조 요정'신수지-손연재-김윤희 3인3색 행보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3-06 14:48


◇지난해 9월 프랑스 몸펠리에세계선수권은 '역대 최강의 리듬걸스' 신수지-손연재-김윤희가 함께 출전한 마지막 국제대회다. 손연재가 개인종합 11위에 오르며 '원조요정' 신수지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행의 쾌거를 일궜다. 대회 직후 세 요정은 공항에서 다정하게 사진을 찍어올렸다.  사진 출처=김윤희 미니홈피

신수지(21·세종대)-김윤희(21·세종대)-손연재(18·세종고)는 역대 최강 '리듬걸스'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리듬체조 단체전에서 미모와 실력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9월 몽펠리에세계선수권과 10월 전국체전은 이들이 함께한 마지막 대회가 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무대에 자력진출하며 '원조요정' 신수지는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국내대회 1위를 휩쓴 김윤희는 지난달 말 수술대에 올랐다. 무릎 연골판이 찢어진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수지 언니'를 보고 자란 '걸출한 후배' 손연재는 오는 8월 런던올림픽 무대에 나선다. 불과 몇달 전만 해도 같은 꿈을 꾸며 동고동락했던 '리듬걸스' 3인이 이제 각자의 길앞에 섰다.


신수지 '새로운 도전'

지난 4일 오전 각 포털엔 '신수지'의 이름이 검색어 1위를 휩쓸었다. SBS-TV '도전 1000곡'에 깜짝 출연해 놀라운 가창력을 선보였다. 초미니 스커트를 입은 채 텀블링 3번을 돌아내며 특유의 유연성도 뽐냈다. '백일루션 8회' 독보적인 기술과 타고난 유연성으로 세계 무대를 호령한 신수지에게 텀블링 3번은 어려운 미션이 아니다. 오랜만에 등장한 방송에서 아찔한 매력을 발산한 신수지에게 팬들은 열광했다.

지난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마지막 국내 무대로 준비한 10월 전국체전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운영 미숙으로 인한 판정 논란으로 '절친 후배' 김윤희와 함께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부터 발목을 잡았던 '발목 인대' 부상은 끈질기게 신수지를 괴롭혔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채 그토록 좋아하던 리듬체조와의 이별을 선언했다. 12월 런던올림픽 프레올림픽 선발전 출전 포기는 사실상의 은퇴선언이었다. 4년 전 베이징에서 눈부신 연기를 선보이며, 대한민국 사상 최고성적 12위에 올랐던 그녀다. '원조요정'의 은퇴에 많은 팬들이 아쉬움을 표하고 있지만, 당찬 신수지는 '제2의 인생'을 준비중이다. 이제 겨우 스물한살인 신수지는 다재다능하다. 해보고 싶은 일도 많다.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으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았다. 강심장에 넘치는 끼를 갖췄다. 자신의 생각을 똑 부러지게 표현할 줄도 안다. 쉬는 기간 틈틈이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 현재 미국 유학중인 신수지의 언니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작곡과 피아노를 전공한 재원이다. 음악적으로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났다. 신수지의 보석같은 재능을 알아본 방송사 및 뮤지컬 분야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걸그룹 멤버 제안은 웃어넘겼다. 신수지의 소속사인 세마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으로서 자신과 주변에 도움이 되는 가장 적합한 길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제안을 놓고 고심중"이라고 설명했다.


◇리듬체조 국가대표 김윤희가 무릎 연골판 수술 후 깁스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출처=김윤희 트위터
김윤희 '무릎부상 털고 재도전'

김윤희는 2월 초 오른무릎 연골판 파열 진단을 받았다. 지난 23일 서울 백병원에 입원, 수술을 받았다. 3개월 이상 재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년 선배인 신수지가 은퇴를 선언한 후 김윤희는 올 시즌 유일한 성인 국가대표였다. 지난해 회장기, KBS배, 전국체전 등 국내대회에서 개인종합 1위를 휩쓸었다. 지난달 16일 런던오투아레나에서 열린 프레올림픽에 나홀로 출전, 런던행 최후의 도전에 나섰지만 끝내 고배를 마셨다. 출전 엔트리 24명 가운데 단 5명만 선택되는 '바늘구멍' 싸움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지난 1월 대한체조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김윤희는 "지난해 내내 무릎이 아팠는데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참고 뛰었는데, 병원에서 연골이 거의 다 찢어지고 물혹이 찼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절친 후배' 손연재와 함께 나설 예정이던 5월 국제체조연맹(FIG) 프랑스 코르베유에손 월드컵 출전은 불가능하다. 9월 초 KBS배 리듬체조대회와 10월 전국체전 출전을 목표로 재활에 전념할 생각이다. 물론 그녀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재활을 잘해서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내년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내후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연재와 함께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손연재 '런던올림픽 도전'

든든한 언니들이 모두 떠나간 매트 위에 '당찬 막내' 손연재는 '나홀로' 남았다. 2012년 3월 현재 대한민국 리듬체조의 유일한 국가대표다.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했다. "좋은 후배들이 열심히 해서 빨리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손연재는 지난해 몽펠리에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11위의 사상 최고 성적으로 런던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지난 2월 말 모스크바그랑프리 후프 종목에서 세계 1위 에브게니아 카나에바, 세계 3위 다리아 드미트리에바 등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볼과 리본에서 실수하며 개인종합 순위는 18위에 머물렀지만, 가장 자신있는 후프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손연재는 3일 태릉선수촌에서 진행된 올림픽대표 평가전에서 왼쪽무릎에 두꺼운 테이핑을 하고 나섰다. 1월초부터 2개월 가까이 하루 8시간 연습에 몰입했다. 반복되는 연습으로 무릎에 무리가 왔다. 러시아에서 혼자 훈련하면서 선수에게 필수적인, 충분한 물리치료를 받지 못한 탓이다.

대한체조협회 관계자들의 조언에 따라 컨디션 회복을 위해 16일 개막하는 우크라이나 키에프 월드컵 출전을 취소했다. 4월 13일 개막하는 이탈리아 페사로월드컵, 4월 28일 러시아 펜자월드컵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월 초 새 프로그램(곤봉, 리본)을 받아든 손연재는 마음이 급하다. 머릿속은 온통 런던 생각뿐이다. '언니들의 몫까지' 런던에서 최고 성적으로 대한민국 리듬체조를 빛낼 그날만 생각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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