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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태환의 100m 우승이 의미있는 이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6-19 09:27


◇박태환이 18일 산타클라라 국제 그랑프리 수영대회 남자자유형 100m 결선에서 힘차게 스타트하고 있다.  산타클라라(미국)=이사부 기자

1500m를 버린 대신 100m를 잡았다?

'마린보이' 박태환(22·단국대)은 18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국제그랑프리 수영대회에서 난생 처음으로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6·미국)를 누르는 감격을 맛봤다. 그것도 자신의 주종목이 아닌 100m에서다. 내달 상하이세계선수권을 목표로 가볍게 출전한 연습경기인 만큼 진검승부라 할 수 없다. 펠프스와 박태환 모두 최근 고산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 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미국내에서 열린 오픈대회인 만큼 전세계의 수영 고수들이 총출동하는 세계선수권과는 규모나 엔트리면에서도 비교할 수 없다. 그런 이유에서 박태환 본인도 "훈련성과를 어느 정도 보여준 것에 만족할 뿐 큰 의미는 없다"며 애써 담담했다. 하지만 굳이 의미를 축소할 이유도 없다. 펠프스, 라이언 록티 등 내로라하는 톱 클래스 선수들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쨌거나 펠프스를 상대로 한 첫 승리다. 아테네올림픽과 로마세계선수권의 부진에서 비롯됐던 '야외수영장 징크스'도 가뿐히 떨쳐냈다. 무엇보다 '단거리 선수' 박태환의 가능성을 재발견하기에 충분한 레이스였다.

박태환은 지난해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100m에서 48초70의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당시 50초02를 기록했고 2007년 전국체전에서 49초32로 50초대 벽을 깬 이후 48, 49초대를 오락가락하다 광저우에서 2년만에 본인의 한국신기록을 경신했다. 산타클라라에서 힘을 빼고 임한 레이스에서 48초92, 본인의 역대 2번째 기록으로 우승했다. 박태환 측은 애초 산타클라라 대회 50m, 100m 등 단거리 출전의 의미를 스타트, 턴 훈련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었다. 현장에서도 턴과 돌핀킥을 반복 훈련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50m 레인에서 15m까지 가능한 잠영을 집중훈련했다. 깊은 물속에서 저항을 최소화한 상태로 최상의 스피드와 거리를 확보하는 잠영 기술은 단거리 레이스에서 절대적이다. 박태환의 이번 100m 레이스에선 평소 보완점으로 지적돼온 턴과 잠영 거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광저우에서 3번에 그쳤던 돌핀킥을 5회 이상 구사했다. 지난 5개월간 마이클 볼 코치의 지도 아래 특훈을 받은 보람이 그대로 드러났다. 터치패드를 찍은 이후에도 박태환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체력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올해 26세의 펠프스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하는 모습으로 대조를 이뤘다.

박태환은 상하이세계선수권 출전 종목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1500m를 제외한 200-400m 두 종목 출전이 점쳐졌으나, 100m 출전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남자 자유형 A 기준기록은 49초23으로 출전 자격엔 문제가 없다. 남자 자유형 100m 세계신기록은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에서 브라질 단거리 최강자 세자르 시엘루 필류가 전신수영복을 입고 세운 46초91이다.최종 엔트리 신청 마감이 7월1일인 만큼 아직 고민할 시간이 있다.

볼 코치는 박태환의 광저우아시안게임 100m 금메달 직후 인터뷰에서 "100m에서 세계 정상급에 오르기 위해서는 50m 랩타임이 22초50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50m는 박태환이 자유형에서 유일하게 한국최고기록(김민석, 22초55)을 깨지 못한 종목이다. 박태환의 50m 최고기록은 23초00으로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에서도 14위에 불과하다. 세자르 시엘루 필류가 2009년 수립한 세계최고기록(20초 91)에 2초 이상 뒤진다. 하지만 스타트, 턴 등 기술 훈련과 고산 훈련을 통해 단거리에 필수적인 파워, 폭발력과 잠영거리가 동시에 보강됐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볼 코치는 19일 당초 예정된 50m 레이스 출전을 취소했다. '단거리 레이서'로서 박태환의 발전상을 확인할 경기였지만 같은날 진행된 주종목 200m 집중을 이후로 당일 출전을 취소했다 .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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