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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야 산다!" '월클'박태환 원장의 장벽없는 수영장[위크엔드스토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6-10 09:12 | 최종수정 2022-06-10 09:14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세상을 호령하던 대한민국 스포츠의 황금세대들이 어느덧 30~40대가 됐다. 세계 최고, 세계 최초의 길을 연 '월드클래스' 스포츠인들의 행보는 남다르다. 베이징에서'19세 막내'로 대한민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 역사를 쓴 '마린보이' 박태환(33)은 서른 살이 되던 2019년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수영을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당찬 포부로 비영리 사단법인 박태환수영진흥원을 설립했다. 지역의 뜻있는 후원자들과 힘을 합쳐 2020년 여름 인천 송도에 첫 '박태환수영장'을 오픈한 지 2년만에 '박태환아쿠아틱센터 2호점' 개장 소식을 알렸다.

세계를 무대로 거침없이 날아올랐던 이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운동, 성적이 전부'인 줄만 알았던 이전 세대들과 다르다. 주변을 돌아보고, 위 아래, 좌우를 두루 챙길 줄 안다. "스포츠의 기본은 나눔이며, 나눌수록 기쁨은 커진다"는 진리를 알고 있다.



박태환 원장의 따뜻한 '배리어 프리' 수영장

'수영 레전드' 박태환은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5일 인천 송도에 박태환아쿠아틱센터를 개장했다.

2020년 7월 문을 연 '3~8세 어린이 전용' 박태환수영장 1호에 이은 제2수영장이다. 수심 1m10, 길이 25m 6레인 규모의 수영장은 아이도 어른도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됐다.센터 입구엔 '안전하고 즐거운 수영장(Safe and Fun Pool)'이라는 슬로건이 내걸렸다. 호주 전훈을 오가면서 호주 아이들이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물과 친해지고 평생 취미로 즐기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던 박태환은 그 시스템을 자신의 이름을 딴 수영장에 그대로 도입했다.

이날 개장식엔 한국 수영의 미래를 위한 박태환 원장의 뜻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이규생 인천시체육회장, 김장성 박태환수영과학진흥원 이사장, 신혜숙 인천유치원연합회장을 비롯한 회원 30여 명이 결집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과 지역구의 김교흥 인천시 서구갑 국회의원 역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박태환 원장'은 "박태환수영장이 개장하면서 많은 어린이들이 수영을 시작했고, 수영의 재미를 느끼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며 미소 지었다. "저희 수영장에서 10년 후 15년 후 저같이, 아니 저보다 더 좋은 선수를 키워내고 싶은 꿈이 생겼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태환수영장 출신 꿈나무들이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다. 많이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박 원장이 컬래버레이션에 참여한 의류 브랜드 수익금으로 인천 시내 보육원 8곳에 후원품을 보내는 전달식이 이어졌다.




국내유일 가족샤워실 3개를 갖춘 박태환수영장. 성인이 된 후에도 혼자 샤워가 힘든 장애인들과 패밀리 회원을 배려한 시설이다.
박태환아쿠아틱센터의 디자인과 시설 곳곳에선 '모두의 수영'을 위한 '선수' 특유의 세심한 배려가 전해졌다. 특히 장애인 접근성을 철저히 고려했다. 입구에 장애인화장실을 배치했고, 시각장애인용 점자 표식도 꼼꼼히 설치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수영장 레인 한켠에 자리한 널찍한 가족 샤워실이었다. 가족 샤워실 3곳을 마련한 수영장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박 원장은 "한정된 공간 속에 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중증 장애인들의 경우 중고등학생, 성인이 된 이후에도 샤워시 가족이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8레인을 생각했었는데 레인 수를 6개로 줄이는 대신 가족 샤워실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더 열심히 노력해서 서울 등 전국에 박태환수영장을 건립하고 싶고 장애인들만을 위한 전용수영장을 짓고 싶은 꿈도 갖고 있다"며 눈을 빛냈다.


출처=박태환 SNS
지난달 박 원장의 SNS엔 한 학부모가 보낸 감사카드가 올라왔다. '장애인수영이 가능한 박태환 수영장이 있어 희망이 생겼고, 아이에게 원장님처럼 훌륭한 수영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박 원장은 '아이들은 어떠한 조건이든 똑같은 아이들이고 사랑입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답글을 달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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