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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는 선배가 되겠다."
단언컨대, 남유선은 수영을 가장 오래, 가장 잘한 선수이자, 누구보다 수영을 사랑한 선수다. 19세 때인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개인혼영 400m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결승 무대(7위)에 오르며 한국 수영사를 새로 썼다. 서울체고 시절인 2002년 제82회 전국체전 여자고등부 개인혼영 400m에서 첫 금메달을 딴 이래 이 종목에서만 무려 12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서울대 재학시절인 2004년 제 85회 전국체전에선 개인혼영 200-400m, 혼계영 400m, 계영 800m 등에서 4관왕에 올랐다. 이후 한국 나이로 서른다섯이 된 올해 100회 체전까지 지난 19년간 단 한번의 전국체전도 빠지지 않고 출전해 개인혼영 200-400m에서 메달 행진을 이어가며 대한민국 최고의 만능 수영선수로 자리매김해왔다. 수영장 안에서 성공적인 이력을 이어온 남유선은 수영장 밖에서도 후배들의 귀감이 돼온 '공부하는 선수'이자 나눔을 실천해온 여성 체육인이다.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고려대 대학원에서 공부와 운동을 성공적으로 병행해왔다. 대한체육회 선수위원, MBC 해설위원,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며 수영을 알리고 후배들의 인권 및 권익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 왔다.
서른을 넘어선 나이에도 수영을 향한 열정과 도전, 분투는 계속됐다. 31세 때인 2016년 올림픽 A기준기록을 거뜬히 통과하며 태극마크를 달고 생애 네 번째 리우올림픽 여자 개인혼영 200m에 나섰다. 지난해 99회 전국체전에서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후배' 김서영에 이어 개인혼영 200-4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건재를 과시했다. 은퇴를 선언한 마지막 100회 체전에서도 서른넷의 그녀는 여느 해와 다름없이 개인혼영 200-400m와 계영 400m, 혼계영 400m, 계영 800m 등 5개 종목에 도전했다. 남유선은 8일 경북 김천실내수영장에서 펼쳐진 개인혼영 200m 레이스 직후 은퇴식 무대에 섰다. 장내 아나운서가 지난 20년 눈부신 이력을 소개하는 동안 남유선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섯 살 때 첫 물살을 가른 지 29년만에 정든 수영장을 떠나게 됐다. 수영장에서 동고동락해온 후배, 스승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연신 눈물을 닦아내던 남유선이 마이크를 잡았다. 복받쳐오르는 감정을 애써 추슬렀다. "부족한 저의 은퇴를 이렇게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제가 물에 들어온 지 29년이 됐다. 여전히 저는 수영인이다. 제가 애정하고 사랑하는 이 많은 선수들이 매 순간 열심히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수영장 안팎에서 항상 본보기가 되고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는 선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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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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