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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오픈배드민턴의 또다른 수확…여자복식 '춘추전국시대'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9-10-01 05:30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말 안해도 각자 알아서 개인훈련 더 하던데요."

한국 배드민턴을 이끄는 안재창 감독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여자복식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특히 그랬다.

안 감독뿐 아니라 한국 배드민턴이 최근 안방에서 모처럼 웃었다. 한국은 인천공항 스카이돔에서 지난 29일 막을 내린 2019 코리아오픈 배드민턴선수권대회(슈퍼 500)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 랭킹 레이스가 시작된(5월) 이후 참가한 단일 국제대회에서 최고 성적이다. 무엇보다 여자복식 정상을 차지한 김소영(27·인천국제공항)-공희용(23·전북은행)은 2016년 이후 3년 만에 코리아오픈 금메달을 안겼다. 김소영-공희용과 이소희-신승찬(이상 25·인천국제공항)은 결승에서 기분좋은 대결을 펼치면서 1996년 이후 23년 만에 코리아오픈 여자복식 '집안대결'을 선사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여자복식에서는 세계랭킹 5위 이소희-신승찬, 8위 김소영-공희용이 국내 1인자의 자리를 주고 받으며 올림픽 출전이 유력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코리아오픈에서 확인한 더 큰 수확은 여자복식에 새로운 대항마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승에 앞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이변은 세계 40위 장예나(30·김천시청)-김혜린(24·인천국제공항)이 16강전서 세계 1위이자 2019년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마쓰모토 마유-나가하라 와카나(일본)를 꺾은 것이다. 직전에 열린 중국오픈에 이어 2주 연속 올림픽 금메달 후보를 격파하는 이변이었다.


장예나(오른쪽)와 김혜린이 26일 벌어진 코리아오픈 배드민턴선수권에서 세계랭킹 1위의 일본 조를 물리친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제공=요넥스 코리아



장예나-김혜린은 지난 7월 캐나다오픈부터 출전한 신생 복식조여서 의미가 더 컸다. 종전에 장예나는 정경은(29)과, 김혜린은 백하나(19)와 조를 이뤄오다가 신-구 조화를 위해 교체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김소영-공희용, 이소희-신승찬을 비롯해 장예나-김혜린, 정경은-백하나 등 4강 경쟁 체제로 재편됐다.

이는 각각 성장하는 자극제가 됐다. 복식조를 새로 결성한 초기 훈련 부족으로 부진했던 장예나-김혜린, 정경은-백하나가 적응기를 거치면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자 상위 2개 조에도 이른바 '비상'이 걸렸다.

안 감독은 "장예나-김혜린 등은 처음 출전한 7월 미주 투어에서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이후 세계선수권과 대만오픈을 건너뛰게 하고 손발을 맞출 훈련에 집중했더니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표팀 내부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안 감독 말대로 정규시간 훈련이 끝난 뒤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어느새 각각 쌍쌍이 모여 개인훈련을 하고 있더라는 것. 올림픽 복식의 경우 세계 8위까지 2개 조에 출전권이 부여되기 때문에 랭킹 포인트 축적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안 감독은 "대회 중에 경기를 할 때에도 파트너끼리 '파이팅'을 외치는데 최근에 파이팅을 외치는 함성도 경쟁적으로 커지는 것 같다. 늘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금세 알 수 있다"며 껄껄 웃었다.

파이팅을 외치는 '기싸움'에서도 서로 밀리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내년 올림픽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종목은 여자복식이다. 이런 여자복식에서 선의의 경쟁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은 분명 희소식이다. 이를 확인시켜준 곳이 코리아오픈이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한때 김소영-공희용이 올림픽 출전 1순위라고 여겼는데 지금은 정경은-백하나까지 좋아지고 있어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면서 "이번에 김소영-공희용과 이소희-신승찬이 악착같이 일본의 강세를 누르고 결승에 오른 것도 내부 경쟁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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