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에 나왔던 신동이 잘 자랐군."
단답형 말투, 숫기 없는 행동, 선수치고는 왜소한 체격. 보기에도, 말을 걸어봐도 영락없는 앳된 소년이다. 하지만 코트에서는 360도 달라진다. 당돌하게 승부욕 넘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진 용은 이번 대회에서 두 가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첫번째는 '이변'이었다. 단체전인 봄철리그는 예상된 강팀들이 성적을 내는지라 딱히 이변은 없다. 다만 선수간 매치에 따라 이변이 나오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진 용이었다. 진 용은 조별예선에서 고교 최강 박상용(전대사대부고 3년)을 2대0으로 완파했다. 박상용은 회장기 대회(3월) 3학년 남자단식 챔피언이었다.
배드민턴은 종목 특성상 신체적인 성장도 등에서 성인으로 간주되는 3학년생을 고교 새내기가 잡은 게 일종의 '사건'이었다. 주니어대표팀에서 이들 선수를 지도하는 김학균 감독은 "현재 주니어대표팀 에이스로 3년생 박현승이 있는데 진 용은 나이로 볼 때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이변'의 기쁨이 큰 만큼 아쉬움도 컸다. 단·복식 겹치기로 출전한 진 용 덕분에 승승장구한 당진정보고는 매원고와의 결승 막판에 좌절했다. 3복식 승리를 거둔 진 용이 5단식 최종전에 나섰다가 부상으로 기권한 것. 진 용은 준결승과 결승을 앞두고 이틀 연속 새벽에 병원 응급실 신세를 졌다. 감기몸살이 심했다. 링거를 맞고, 고통을 참으며 연승 행진을 했지만 5단식 1세트 도중 넘어지면서 다리 부상까지 얻는 바람에 더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안타깝게 바라보던 아버지 진기봉씨(59)는 "여지껏 저렇게 아픈 적이 없던 아이인데…"라며 속으로 눈물을 꾹꾹 눌렀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그런 몸을 이끌고 단·복식에서 종횡무진, 결승 최종전까지 올라간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
|
진 용이 한국 배드민턴의 차세대 기둥으로 성장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육상 중·장거리 선수 출신인 아버지와 실업팀(김천시청) 배드민턴 선수 출신인 어머니 이미경씨(45)의 피를 외동아들 진 용이 잘 물려받았다. 일부러 운동을 시킨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 코치로 일하던 엄마가 유모차에 태워 데려가면 구경한 게 전부였다. 진 용이 네 살때, 아버지 진씨가 놀아주다가 셔틀콕을 던져줘봤는데 기가 막히게 잘 받아치더란다. 그후 두 부자의 놀이는 뭘 던져주면 맞히는 게 주 종목이 됐다. 기저귀를 찬 유아의 이런 모습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누군가 방송국에 제보를 했다. "배드민턴 라켓만한 아기인데, 놀라운 배드민턴 신동이 났다"고…. 당시 KBS의 리얼리티프로그램 '오천만의 일급비밀'에 출연했다. 이를 계기로 각종 프로그램의 섭외를 받아 제법 유명한 '유아 스타'가 됐다.
진 용이 본격 선수를 시작한 것은 당진초등학교 2학년. 기저귀 찰 때부터 타고난 솜씨는 엘리트 선수의 길로 접어들자 고속열차를 탔다. 4학년 말 가을철 종별대회에 처음 출전했다가 학교에 11년 만의 우승을 안겼고, 자신은 MVP(최우수선수)를 타버렸다. 5학년 올라가서는 전국소년체전 우승까지 만들어 주더니 MVP를 또 받았다. 결국 진 용은 전국대회 7회 연속 우승이란 전무후무한 기록을 안겨 준 뒤 졸업했다.
당진중에 진학해서도 '신동 진 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2017년 회장기와 학교대항전에서 잇달아 3관왕을 차지했다. 중학교 왕고참 3학년이 돼서는 회장기, 봄철, 여름철 대회에서 '우승 제조기'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국제무대에서도 인도네시아주니어선수권(2017년, 단·복식)과 아시아주니어선수권(미얀마·2018년, 단식)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17세이하 주니어 세계랭킹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작년 말에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시상식에서 최초로 우수선수상을 받은 중학생 선수가 됐다. 협회 지도자들도 "코트에서의 파이팅 자세와 센스가 훌륭하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선수"라고 인정했다.
"체격과 파워를 더 키우는 게 큰 바람"이라는 진 용은 "경기 때마다 상대 선수의 장점을 빨리 파악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대응하는 게 센스있게 경기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이나 힙합에는 관심도 없다는 진 용은 배드민턴 라켓을 잡을 때마다 떠올리는, 평범하지만 귀중한 격언이 있다고 했다. '최선을 다하자.'
그렇게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먼 훗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명품 커플 궁합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