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프로화 추진에 대한 대한당구연맹 공식입장, 분쟁해결 실마리 될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9-03-31 15:50


◇2010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3쿠션 선수권에서 한국 최초로 3위를 차지한 최성원이 샷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대한당구연맹.

"대한체육회 유일의 가맹단체로서 국제연맹 규정을 준수한다."

국제무대에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당구 3쿠션 종목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해 초부터 3쿠션 당구 '프로화'를 추진하는 프로당구협회(PBA)가 등장해 기존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인 대한당구연맹(KBF)와 마찰을 빚고 있다. 당초 '견해 차이' 정도의 분위기였는데, 차츰 양자간의 입장이 명확해지며 자칫 법정 분쟁의 조짐마저 엿보인다. 이런 상황이 가열화된다면, 기존 연맹 소속으로 활동하던 선수들의 피해와 국제 무대에서의 위상 추락이 우려된다.

'아마추어' 정체성 강조한 KBF

분쟁의 조짐은 PBA가 올해 초 프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미 어느 정도는 예견됐다. KBF와 선수 처우 및 대회 출전 및 운영에 관해 충분한 사전협의를 하지 않은 채 언론에 여러 계획을 발표했고, 급기야 지난 2월 21일 PBA 투어 출범 선포식을 열었다. 이를 지켜보던 KBF 측은 여러 차례 내부 논의와 대의원 회의를 거쳐 결국 지난 29일 PBA의 프로 당구 투어 추진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KBF가 이날 발표한 공식 입장의 핵심은 '대한체육회와 세계당구캐롬연맹(UMB) 규정을 준수하겠다'로 요약된다. KBF는 "우리 연맹은 국민체육진흥법 제2조제9항 및 제11항을 근거로 설립된 아마추어 경기단체이기 때문에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 제2조제2항을 바탕으로 UMB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요약하면 '법'과 '규정'의 틀에서 이번 사안을 처리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이다.

당구 프로화는 UMB 승인 사항

이에 따라 현재 한국 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프로 투어는 'UMB정관 제22조에 근거한 UMB의 승인 사항'이라고 해석했다. 즉 PBA 투어가 정식으로 발족하려면 KBF가 아닌 UMB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이를 위반하고 무리하게 PBA 투어를 개최하고, 여기에 선수가 출전하게 되면 UMB에 의해 선수는 물론 KBF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특히 KBF는 이미 과거 한 차례 UMB와 분쟁이 발생했을 때의 겪었던 난관을 예로 들며 "UMB의 제재가 심할 경우 800여 명에 달하는 3쿠션 연맹 등록선수들이 국제대회 참가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물론, 국제대회의 국내 개최도 불가능해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수 선택은 존중, 이중등록은 불허

다만, 선수들에게 선택의 자유는 주기로 했다. 대한체육회 회원단체로서 아마추어리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경기인 등록규정 제21조 3항'에 의거, 프로 단체와의 이중등록은 불허하지만 선수가 PBA 투어 참가를 원할 경우 별도의 징계는 하지 않겠다는 것.

KBF 측은 "자유 의사로 프로에 참가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어떠한 징계나 법적대응도 하지 않겠다"면서 "하지만 이중등록이 불허되기 때문에 연맹 등록을 포기하고 PBA에 완전 이적해야 하며, 이 경우 KBF 주관 대회 및 UMB 주관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BF 등록을 포기하고 PBA 투어에 참가했다가 다시 KBF 재등록을 원할 경우에는 "'경기인 등록규정 제21조 2항'에 의거해 3년이 경과해야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한편, 이 같은 KBF의 입장에 관해 PBA 투어 측은 "KBF가 국내 선수들을 보호해야 하는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UMB와 공조하여 국내선수들에게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KBF가 왜 존재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망각한 매우 실망스러운 처사"라며 "UMB에 대해서는 벨기에 법원 및 EU(유럽연합)에 제소할 것"이라는 강경입장을 표명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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