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식당에서 '은퇴선수 지원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국회 문화체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3선' 김영주 의원이 주최한 간담회다. 실업농구 서울신탁은행 선수 출신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운동선배' 김 의원이 선수 권익 보호에 앞장서는 유승민 IOC위원과 은퇴선수 일자리에 대한 문제의식을 함께하면서 마련된 자리다. 대한체육회가 김영주 의원실에 제출한 설문자료에 따르면 40세 미만 은퇴선수 10명 중 4명(35.4%)이 은퇴 후에도 취업을 하지 못했다. 취업한 경우에도 절반 이상(59.9%)은 비정규직이었고, 월수입이 2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경우가 38%에 달했다. 국회에서 처음으로 열린 은퇴선수 지원을 위한 논의의 장, 안민석 위원장, 손혜원 간사 등 문체위 국회의원들과 유승민IOC위원,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전충렬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손증철 대한체육회 학교체육본부장 등이 참석해 은퇴선수 20여 명의 목소리에 귀를 활짝 열었다.
조정 국가대표 출신의 윤종성 대한체육회 진로교육강사는 "예전에는 실업팀에서 뛸 경우 사무직으로 전환되는 등 운동으로 직업을 찾았던 세대가 있다. 우리는 운동하다 사회에 나오면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세대"라고 규정했다. "지도자가 의무적으로 배치되는 생활체육 현장도 없고, 지도자는 11개월 계약직이다. 계약직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극히 일부"라고 현실을 짚었다. "마포구의 경우 조정 자유학기제가 시행되고 있다. 중학생 대상의 조정 교육 프로그램인데 훈련교관들이 진행한다. 생활체육 지도자를 의무 배치하는 규정을 통해 종목별 은퇴선수들이 의무적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법제화해달라"고 제안했다.
유도 선수 출신 홍원표 위드라인 매니저는 "17개 시군구 체육진로센터를 통한 체계적 진로교육과 네트워킹이 이뤄져야 한다. 스포츠 현장의 일자리를 법제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른 학교스포츠클럽 전담교사 지정한다는 문구를 '학교스포츠클럽 매니저'로 개정해 은퇴선수들의 일자리를 늘려줄 것"을 제안했다. 시드니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이선희 경찰청 감독은 "2005년 순경 특채로 경찰에 들어왔다. 태권도체육단 선수들을 맡고 있는데 내가 선수일 때보다 직업의식이 더 떨어져 있다. 제대하면 뭐할 거냐고 물어보면 열이면 열 지도자를 하겠다고 한다. 지도자의 길도 넓지 않다"고 현실을 직시했다. "경찰에 들어와보니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다. 또 체육쪽 인재들은 유능하다. 끈기하고 인내하고 배려할 줄 안다. 체육인 출신이라서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강조한 후 "국가공무원 특채의 길도 다양하게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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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충렬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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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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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석 스쿼시 국가대표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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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선수 출신 김주영 용인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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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선수 출신인 김주영 용인대 교수는 경찰 뿐 아니라 교정직 공무원, 소방공무원, 해양경찰, 환경 미화원 등 다양한 분야에 은퇴선수 출신의 제한 경쟁 혹은 가산점 부여 등 실질적인 방안들을 제안했다. 강호석 스쿼시국가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양적인 훈련이 아닌, 질적인 훈련,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효율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지도자의 인식 개선과 교육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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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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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국가대표 남현희는 "24년간 운동에 전념했다. 은퇴를 생각하니 막막하다. 일본은 선수와 기업이 1대1로 매칭해 선수활동을 하면서 은퇴후에 대비한 업무 교육을 시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다. 선수 생활을 할 때는 훈련에 전념하고, 은퇴 후에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우리도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은퇴 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 관할기관인 대한체육회 전충렬 사무총장은 "첫째 선수들의 사회적응을 위한 기회 및 교육, 둘째 은퇴 선수 취업을 제도화하고 공공기관 일자리를 마련하는 문제, 셋째 대한체육회와 공단 등의 취업 프로그램이 선수들에게 홍보가 제대로 안된다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여러분의 의견을 계속 수렴해 유승민 IOC위원, 오영우 문체부 국장님과 함께 최선을 다해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책 담당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를 대표해 오영우 체육국장은 "오늘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의 이야기가 오갔다. 문체부 외에도 교육, 복지, 행안부, 경찰청 등이 연계된 복합적 문제들이 제기됐다. 기본적으로 체육을 관장하고 있는 문체부가 앞장서야 한다"면서 "가장 힘 있는 입법부, 그 중에서도 안민석 위원장님, 김영주 의원님은 가장 파워풀한 분들이다. 유승민 IOC위원과 함께, 행정부, 입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늘 간담회는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체육인들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를 주관한 김영주 의원은 "은퇴선수들이 스포츠 강사 등 직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방과후 학교를 이용했으면 좋겠다. 전국 초등학교가 몇만 개다. 농구 배구 수영 탁구 등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에 은퇴선수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실질적인 솔루션도 내놨다. 유승민 IOC 위원이 문화 예술 부문에 주어지는 여신 금리 혜택을 은퇴 체육인들에게도 부여할 것을 제안하자 김 의원은 "유 위원이 지적한 체육인 여신 금리 부분을 내년까지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 전문가이자, 운동선배로서 은퇴선수들에게 유용한 정보들도 제시했다. "인터넷으로 중소벤처부에 들어가면 청년창업 프로그램이 있다. 5000만~1억원 창업지원금 제도가 있다. 또 작년에 제대 군인 간담회 후 전역자에 한해 전국 47개 폴리텍 대학에서 6개월에서 1년간 전액장학금, 교통비, 수당을 지원하는 MOU를 체결해 효과를 본 부분이 있다. 대한체육회와 폴리텍이 은퇴선수 MOU를 맺으면 제가 중간에서 은퇴선수 교육프로그램 진행을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유 위원을 중심으로 선후배, 종목별 대표들이 제안을 압축시켜 의원실에 알려달라. 적극적으로 입법하고 행정조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의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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