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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대한빙상경기연맹 청소년체육 빙상강습회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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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비행기 자세, 두 팔 활짝 벌리고! 하낫둘! 하낫둘!"
2일 오후 서울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노란 헬맷을 쓰고 '아이 러브 스케이팅'이 새겨진 티셔츠를 맞춰입은 꼬마 스케이터 15명이 한 줄로 늘어섰다. 옆 레인, 입문 5주차 친구들이 능숙하게 스케이트날을 밀어내는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본다. 난생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아이들은 조심조심 한발 한발 내딛다 금세 '꽈당' 엉덩방아를 찧는다. "일어나야지." 선생님은 옆에서 가만히 지켜볼 뿐 일으켜주지 않는다. 미끌미끌 빙판 위에서 아둥바둥 몸부림 치더니 간신히 다시 중심을 잡고 일어섰다. 다시 비행기 자세로 얼음판을 한발 한발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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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 국제스케이트장=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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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 국제스케이트장=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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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이 2013년부터 6년째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청소년 체육활동 지원 빙상강습회는 학부모과 어린이들 사이에 인기 높다. 매년 3~12월 초중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국 22개 빙상장에서 이뤄지는 강습회 신청을 받는다. 신청은 대한체육회 생활체육정보포털에서 진행된다.
2014년부터 빙상강습회 실무를 도맡아온 라명주 대한빙상경기연맹 대리는 "인터넷에 강습 신청사이트를 오픈하면 10~15분 내에 모집이 마감된다. 특히 서울 지역, 롯데월드아이스링크의 경우 경쟁률이 대단하다"고 귀띔했다. 입문, 초급, 중급반 등 수준별 강습이 진행된다. 기수별 15명, 8회차 수업의 참가비는 2만 원이다. 강습복, 장갑, 교재, 수료 메달에 안전보험까지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라 대리는 "기존 강습비의 20% 비용으로 질 높고, 안전한 기본기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타고 매년 신청자가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맹이 안전보험도 들어뒀기 때문에 행여 다칠 경우에도 끝까지 책임진다. 지난 5년간 큰 부상은 없었지만 치료가 필요하거나 깁스를 해야하는 경우 모든 비용을 보험처리하고 있다. 또 강습이 진행되는 동안 링크내 의무실에는 간호사가 상시대기한다"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3000명 가까운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생애 첫 스케이트 수업을 받았다. 체육회와 빙상연맹은 유소년 시기 자발적인 운동습관을 기르고, 생활체육 활성화를 통해 체계적 빙상선수로 가는 발판을 구축하는 길을 직접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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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 국제스케이트장=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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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 국제스케이트장=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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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여의 스케이팅 후 휴식시간,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박윤진양(9)과 김건희군(8)은 어머니의 권유로 함께 스케이팅을 배우게 됐다. 갈뫼초등학교 학부모 7명이 '꿀' 정보를 공유한 덕분이다. 윤진양은 "학교에서 스케이트를 조금 배우고 왔어요. 인라인도 타봐서 스케이트도 금세 배웠어요. 무섭거나 어렵지 않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엉덩방아 찧어도 괜찮아요. 하나도 안아파요"라더니 "그리고 좀 아파도 재미있어요"라고 했다. 건희군은 "비행기 자세로 일자걷기, 항아리 모으기, 뛰기, 밀기 다 배웠어요. 친구들과 함께 하니까 더 재미있어요. 계속계속 배우고 싶어요"라며 폴짝 뛰어올랐다.
'갈뫼초 학부모' 김명희씨는 "친구 엄마를 통해서 아이들이 다같이 신청했다. 스케이트가 다리 힘을 기르는 데 좋을 것 같아서 아이에게 권했다"고 했다. "다리 힘을 키우면 인라인, 스키, 축구 등 무슨 운동이든 잘 할 수 있다. 균형감각과 기본기를 잘 기를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아이가 즐거워한다. 오늘이 5주째인데 걸음마부터 매주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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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 국제스케이트장=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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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초등학교 1~3학년 아이들을 지도한 조승희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전문강사는 "어린이들은 근력이 없기 때문에 제자리 걷기, 앉았다 일어났다 등 다리 힘을 키우기 위한 훈련을 시킨 후 얼음에서 기본기를 가르친다"고 강습과정을 설명했다. "팔 벌리고 일자 걷기부터 시작해 모으기, 밀기까지 8회 수업을 하고 나면 기본적인 활주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금방 배운다. 처음에 무서워하던 아이들도 한두 번 왔다갔다 하면 금세 탄다. 처음 왔을 때 걷지도 못했던 아이들이 두 달만에 다리에 힘이 생기고, 걷게 되고, 스케이트를 즐기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유-청소년 대상 스케이팅 강습이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조 강사는 "모든 운동은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강사진과 함께 안전하고 즐겁게 스케이트를 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답했다. 어린이들에게 스케이트 강습이 가져오는 효과도 강조했다. "스케이트는 전신운동이다. 자전거처럼 한번 배우면 평생 잊지 않는다. 특히 균형감각, 근력을 키우는 데도 최고의 종목이다. 스케이트 기본기가 되면 스키, 수상스키, 인라인스케이트 등 다른 운동을 할 때도 중심감이 남아 있어서 쉽게 배울수 있다. 어릴 때 배울수록 좋은 운동"이라고 했다.
태릉국제스케이팅장은 이상화, 이승훈, 모태범 등 '올림픽 챔피언'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들이 꿈을 키운 곳이다. 매년 국가대표선발전도 이곳에서 열린다. 이날도 링크 밖 400m 트랙에선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들이 질주했다. 라명주 빙상연맹 대리는 "우리 빙상강습회에서 스케이트를 처음 신은 이 아이들 중에서 미래의 국가대표가 나올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그런 기대와 희망, 보람으로 매년 열정을 쏟고 있다"며 웃었다.
태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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