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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스포츠클럽]'킨볼국대'가 된 선생님, 협회국장이 된 '킨볼국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11-22 11:01



10일 충남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제11회 전국학교 스포츠클럽 킨볼대회'가 열렸다. 이번 킨볼대회는 전국 17개 시도 초중고교 학생들이 참석해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동안 펼쳐졌다. 대회 진행을 맡고 있는 배경규 킨볼사무국장. 세종=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1.10/

학교스포츠클럽 에이스가 국가대표가 될 수 있을까. 학교스포츠클럽이 학생들에게 새 진로를 열어줄 수 있을까. '학교체육, 생활체육, 전문체육'의 선순환은 가야할 길이지만, 아직은 먼, '이웃' 스포츠 선진국의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이 이미 '실화'가 된 종목이 있다. 뉴스포츠 종목에서 학교스포츠클럽의 비약적 발전은 국가대표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천부적 재능, 절대 훈련양을 요하는 올림픽 종목, 기록 경기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풀뿌리 학교체육이 근간이 된 킨볼의 세계는 다르다. 10일 세종시에서 열린 전국학교스포츠클럽 킨볼 대회 현장에서 학교체육의 새 길, 새 가능성을 발견했다.


김승기 세종시교육청 장학사와 배경규 한국킨볼혐회 사무국장

10일 충남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제11회 전국학교 스포츠클럽 킨볼대회'가 열렸다. 이번 킨볼대회는 전국 16개 시도 초중고교 학생들이 참석해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동안 펼쳐졌다. 개회식에 앞서 축하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세종=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1.10/

10일 충남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제11회 전국학교 스포츠클럽 킨볼대회'가 열렸다. 이번 킨볼대회는 전국 17개 시도 초중고교 학생들이 참석해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동안 펼쳐졌다. 초등부 선수들이 대회 2일차 예선 경기를 펼치고 있다. 세종=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1.10/

10일 충남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제11회 전국학교 스포츠클럽 킨볼대회'가 열렸다. 이번 킨볼대회는 전국 16개 시도 초중고교 학생들이 참석해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동안 펼쳐졌다. 대회에 참가한 서울 영본초등학교 학생들이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종=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1.10/
킨볼 행정가, 심판이 된 국가대표

2011년 11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범태평양킨볼대회, 고등학생 4명, 대학생 4명으로 구성된 남자 국가대표팀이 사상 첫 국제대회에 나섰다. 열정 하나로 도전한 '무한도전'이었다. '킨볼 종주국'인 캐나다, '아시아 최강' 일본, 중국과 함께 나선 첫 대회에서 한국은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캐나다, 일본 사이에서 볼 터치 한번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단 1점도 자력으로 따내지 못했다. 난생 처음 큰물을 경험한 대한민국 킨볼 청년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우리도 한번 해보자'며 이를 악물었다.


2011년 오사카범태평양킨볼대회에 나섰던 대한민국 첫 킨볼 국가대표팀. 백석대 재학중이던 배경규씨는 7년 후 한국킨볼협회 사무국장이 됐다. 광양 백운고 1학년, 16세 막내로 대회에 나섰던 송민수군은 전남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해 킨볼 심판으로 활약중이다. 백운고 시절 킨볼을 가르쳐준 성두별 선생님(현재 광양 광영고 체육교사)처럼 좋은 체육교사의 길을 꿈꾸고 있다.

배경규 한국킨볼협회 사무국장

킨볼 심판이 된 백운고 킨볼스포츠클럽 에이스 출신 송민수군
7년 후인 2018년 11월, 그날의 국가대표들을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 10일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열린 개회식, 전국 16개 시도에서 온 초중고 82개팀, 1000여 명의 학생들을 능수능란하게 이끄는 늠름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킨볼 첫 국가대표' 배경규 사무국장이었다. 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 수업시간에 배운 킨볼이 직업이 됐다. 2014년 한국킨볼협회에 입사해, 지난 5년간 학교체육 현장에서 심판, 행정 일을 도맡아 하며 발로 뛰어왔다. 배 국장은 "얼떨결에 국가대표로 국제대회까지 나가게 됐다. 그때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였다. 다른 나라들의 발전상을 보고 놀랐다. '우리도 해보자'고 결의했었다. 한국 킨볼이 성장하는 이 길을 함께 하게 돼 보람 있다"며 웃었다. "20여 개에 불과하던 킨볼 학교스포츠클럽이 5년새 700여 개로 늘어났다"고 했다. 프로 스포츠를 후원해온 스포츠브랜드 조마(Joma)가 학교스포츠클럽 최초로 킨볼 대회 스폰서를 자청했다.




이날 대회장엔 '외국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배 국장은 "한국 킨볼의 수준이 정말 많이 올라왔다. 지난 10월 중국아시안컵에서 일본에 이어 준우승 했다. 국제킨볼연맹이 한국의 성공사례를 주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피에르 줄리앙 하멜 국제킨볼연맹 국장, 유키오 다나카 일본킨볼협회 이사, 프랑스 대표팀 티에리 보샤, 클레망틴 라베, '여성 국제심판 1호' 캐나다의 마틸드 마르샹 등이 현장을 찾았다. 직접 심판으로도 나섰다.

한국 킨볼이 단시간에 이렇게 성장한 배경에는 '학교체육'이 있다. 배 국장은 "킨볼 학교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면서 이를 통해 국가대표가 된 학생들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스포츠클럽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국제킨볼연맹 23개 회원국중 한국 유-청소년 회원 수가 가장 많다. 대한민국의 예가 학교 현장에 킨볼을 보급하는 모범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이번 대회 프랑스, 일본 연맹에서도 현장을 답사하고 배우러 왔다. 이 학생들이 성인 레벨이 되면 우리나라 킨볼 대표팀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광양 광영고등학교 킨볼팀을 이끌고 나온 성두별 교사와 7년전 백운고에서 킨볼을 배웠던 제자 송민수군이 킨볼대회 현장에서 재회했다.
심판진에도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7년 전, 일본에 패한 후 잔뜩 부어 있던 '광양소년', 백운고 출신 송민수군이 '매의 눈'으로 킨볼 후배들의 플레이를 예의주시했다. 전남대 체육교육과에 진학한 후 킨볼 심판 자격증을 땄다. 그는 "킨볼은 학창시절 내게 가장 소중한 추억이다. 그때는 작은 스포츠였는데 지금은 정말 큰 스포츠가 됐다"며 킨볼의 성장을 뿌듯해 했다. "고등학교 때 정말 어렵게 국제대회에 나갔었는데 지금도 부모님이 그때 보내길 잘했다고 말씀하신다"고 했다. '킨볼의 운명'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꼭 체육선생님이 돼서 내가 경험한 행복한 킨볼을 아이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왼쪽부터 김준도(도담고) 이재우(어진중) 이지현(도담중) 선생님.
국가대표가 된 세종시 킨볼 선생님


"우리 세종시 선생님들 중에 킨볼 국가대표팀이 있어요." 전국학교스포츠클럽 킨볼 대회를 총괄하는 김승기 세종시교육청 장학사가 귀띔했다.

체육 담당인 김준도(30·도담고), 이재우(28·어진중), 이지현(27·도담중), 양승택(27·소담중) 교사는 전무후무한 '선생님 국가대표'다. 지난 10월 11~15일 중국 킨볼 아시아컵에 한국대표로 출전해 빛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젊은 체육교사들을 '국대'의 길로 이끈 건 순수한 열정이었다. "우리가 직접 해봐야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아서"라며 미소 지었다.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세종시 교사 12명이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 3~4시간씩 굵은 땀을 흘렸다. 달콤한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킨더조이(킨볼의 즐거움)'라는 타이틀의 '열정 충만' 선생님 동호회는 전국대회 3위에 올랐고,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6개국이 출전한 아시안컵에서 일본에 이어 준우승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아이들은 전례없는 '국대 선생님팀'에 열광했다. 김준도 교사는 "아이들이 무척 자랑스러워 한다. 우리 영상을 찾아보며 멋지다고도 한다. 킨볼 국가대표를 목표 삼는 아이들도 많아졌다"고 했다. "우리가 선수 경험을 직접 해보니 아이들 마음이 더 이해가 되고, 열정도 더 많이 생긴다"며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이날 '국대' 선생님들은 제자들을 이끌고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 나섰다. '학생들에게 킨볼이 좋은 이유'를 묻자 김준도 교사는 "다른 종목은 잘하는 한 학생이 주도할 수 있지만 킨볼은 4명이 한마음으로 뭉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협동이 최고 미덕인 종목이라는 점, 그것이 킨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답했다. 이지현 교사는 "누구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경기 규칙과 약자를 배려하는 스포츠 정신이 킨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이재우 교사 역시 "소외된 학생이 없는 점이 가장 좋았다"면서 "운동기능이 떨어지거나 비만인 아이들도 좋아하는 종목이다. 박진감이 넘치고, 기술도 다양하다. 하다보면 운동 기능, 체력도 향상된다"고 '킨볼 예찬론'을 이어갔다.

'킨더조이' 선생님들은 멈추지 않는다. "기왕 시작한 것, 내년에도 국가대표로 뛰어야죠!" 내년 프랑스 월드컵에도 즐겁게 도전할 뜻을 분명히 했다. '최강 일본을 언제쯤 이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엔 "일본이 강하지만 내년 월드컵에선 한번 해볼 만할 것"이라는 패기만만한 답변을 내놨다.

그 스승에 그 제자였다. 국가대표 선생님이 이끄는 세종시 도담고 킨볼팀은 이날 준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리고 활짝 웃었다.
세종=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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