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태권도를 올림픽에서 볼 수 있을까.
한국 주도로 성장한 세계태권도연맹(WT)은 북한 중심으로 발전한 국제태권도연맹(ITF) 초청으로 평양에서 두 차례 태권도 시범공연을 하기 위해 방북했다. WT와 ITF 총재단이 31일 양 단체 간 더욱 진전된 협력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했다. WT 방북단의 숙소인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된 회의에서 양측은 북한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했다. 조정원 WT 총재는 리용선 ITF 총재 등과 회의를 하고 나서 "ITF에서 통합조정위원회를 만들어 북한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등을 포함한 발전적인 방안을 협의해 나가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북한 태권도선수가 올림픽 코트에 선 적은 없다. 현재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정한 태권도 종목 국제경기연맹은 WT다. WT와 ITF는 2006년 12월 카타르 아시안게임 기간에 두 단체의 행정 및 기술통합문제를 다룰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구성에 합의하고 몇 차례 실무협의를 했다. 그러나 이후 구체적인 성과 없이 논의가 흐지부지된 바 있다. 이어 WT와 ITF는 2014년 8월 중국 난징에서 상호 인정과 존중, 양 단체 주관 대회 및 행사 교차 참가, ITF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추진,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의정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ITF 소속인 북한 태권도선수들도 WT 경기 방식에 따라 선발전에 참가하면 올림픽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북한 태권도선수는 출전하지 못했다.
조 총재는 "우리는 ITF 측에 북한 선수들도 올림픽 등 국제종합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평양에 WT의 국가협회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이미 ITF 협회가 있다. 조 총재는 "모레(11월 2일) 다시 회의해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ITF의 단증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도 있어 11월 중 열릴 우리 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해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 총재는 ITF에 태권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고도 밝혔다. 양 측은 이날 2020년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 기간 합동시범공연을 펼치는 데 대해서도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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