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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 경기가 한창이던 팔렘방에서 미국 뉴욕 출신 프리랜서 기자 조너선 콜라치씨를 만났다. 첫 종목인 스피드 경기가 끝난 직후 그가 불만에 찬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스피드, 볼더링, 리드순으로 열리는 경기는 각 종목 사이에 1시간 여의 대기시간이 있었다. "종목 사이 기다리는 시간이 왜 이렇게 길죠?" 콜라치씨는 물었다. "선수들이 회복하고 다음 종목 세팅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해심 가득한 대답을 내놓자마자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스포츠는 선수들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스포츠는 관중을 위한 겁니다. 관중들은 기다리지 않아요."
금메달 목표, 6회 연속 종합 2위를 이루지 못해서가 아니다. 최선을 다했다면 선수도 팬도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병역 특례에 관심이 집중된 야구, 축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마추어 종목들은 철저한 무관심속에 치러졌다. 지난 6월, 러시아월드컵에서 신태용호가 16강에 오르지 못했을 때 여론의 질타는 뜨거웠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2위를 하든 종합 3위를 하든 국민들은 관심이 없다. '허들퀸' 정혜림의 금메달, '인어공주' 김서영의 개인혼영 200m 금메달, '여제' 나아름의 사이클 4관왕, '열여섯 도마신성' 여서정이 32년만에 따낸 금메달은 눈부셨지만 그 여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관중과 팬이 없는 스포츠는 의미가 없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통합 이후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생활체육은 제자리걸음이고, 엘리트 체육은 빛의 속도로 퇴보중이다. 대한민국 체육이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겸허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수영, 육상, 체조 등 가장 많은 메달이 분포된 기초종목에서 한중일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육상, 체조, 수영에서 모처럼 하나씩 나온 금메달을 위안 삼지만, 수영 1종목에서만 중국과 일본은 나란히 19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새 선수층의 유입이 미약하다. 선수 토대가 얇아졌고 선수를 하지 않으려 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유망주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운동하는 습관을 키워주는 학교체육이 답이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체육시간, 스포츠클럽을 통해 스포츠의 가치, 올림픽정신을 배우고 직접 해당 스포츠를 즐기고 경험하면 자연스럽게 그 스포츠의 팬이 된다. 그 속에서 특출난 선수도 나온다. 금호연 유도대표팀 감독은 "유도에서 일본이 세계최강인 건 부정할 수 없다. 저변이 다르다"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태권도처럼 '교기'로 학교를 다니는 모든 학생은 유도 점수를 따야 졸업을 할 수 있다. 많은 인구 속에서 좋은 선수도 나온다"고 했다.
세상은 넓고 재미있는 것은 너무나 많다. 손바닥안 유튜브로 전세계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시대다. '우리나라' 스포츠 경기를 '당연히' 보던 시대는 지났다. 애국심, 국위선양의 시대도 지났다. 젊은이들은 더 이상 그들만의 아시안게임에 열광하지 않는다. 종합 3위는 괜찮지만, 작금의 상황은 결코 괜찮지 않다. 관중들은 기다리지 않는다. 자카르타는 2년 후 2020 도쿄올림픽, 비틀거리는 한국 스포츠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