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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하지만 희망을 봤다.'
남자대표팀은 8강에서 유럽의 강호 덴마크에 완패했고, 여자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숙적 일본에 1대3으로 패하며 2회 연속 동메달에 만족했다.
1984년 대회 참가 이후 첫 정상을 노렸던 남자와 달리 2010년 이후 8년 만의 우승을 노렸던 여자대표팀이 결승 문턱에서 실패한 게 더 아쉬웠다.
사실 예견됐던 결과다. 한국이 메달권에 들 것으로 낙관한 이는 드물었다. 한국은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진행중이다. 아직 최적의 조합이나 안정된 전력을 정착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5월 세계혼합단체선수권에서 깜짝 우승을 했지만 남·여 최정예 조합을 섞어 치르는 혼합단체전과 남자-여자부로 분리하는 이번 세계선수권은 전력 구성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외적 요인들을 감안하면 결과만 놓고 한국의 성패를 단정하기 힘들다. 과제와 희망을 확인한 것에 방점을 둘 필요가 있다. 한국 셔틀콕의 당면 목표는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올림픽이다.
먼저 시급한 과제는 전통적인 효자 종목이었던 남자복식의 대안을 찾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현주소를 여실하게 확인했다. 남자대표팀은 조별예선 3경기, 8강전 등 총 4경기를 치르는 동안 정의석-김덕영, 최솔규-김원호, 정의석-김원호, 최솔규-김덕영, 최솔규-서승재, 강민혁-김원호 등으로 번갈아 조합을 바꾸며 실험했다.
매달 끊임없이 편성된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게 훈련이나 마찬가지인 배드민턴 특성상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를 진행하면서 최적 조합을 찾는 작업을 병행했다. 결과는 '글쎄…'였다. 과거의 유연성-이용대, 정재성-이용대처럼 확고한 '카드'를 찾지 못한 것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길게 보고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당면 과제다.
두 번째 과제는 급성장한 일본이다. 이번 여자단체선수권에서 한국을 잡고 결승에 진출한 일본은 태국과의 결승에서도 3대0 완승으로 1981년 이후 37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리우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여자복식)을 획득하는 등 '중국 천하'를 위협하는 신흥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우버컵(여자단체선수권) 4강 진출팀이 한국, 일본, 중국, 태국이란 점을 감안하면 '일본 타도' 해법을 찾는 게 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서 성공하는 길이다.
큰 희망도 봤다. 이른바 '10대 여고생 파워'다. 18세 동갑내기 복식조 백하나(청송여고 3년)-이유림(장곡고 3년)과 최연소 국가대표 안세영(16·광주체고 1년)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조별예선부터 8강전까지 승승장구하며 한국 여자배드민턴의 '신세계'를 예고했다. 작년 말 성인 국가대표에 선발됐지만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명성을 떨쳤던 이들은 선배들이 부끄러울 정도로 거침없는 위력을 보여줬다.
특히 안세영은 세월의 무게를 겪고 있는 에이스 성지현(27·인천국제공항)을 이어받을 차세대 재목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마지막 5단식 주자로 대기하던 안세영은 바로 앞 백하나-이유림의 복식경기에서 1대3 패배로 끝나는 바람에 아쉬움을 삼켰다.
전통적으로 여자부가 약했던 한국 배드민턴에 10대 소녀들이 안겨준 청신호는 이번 대회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